거점국립대 9곳 작년 신입생 2400명 자퇴..신입생 자퇴율 10년새 3배

문광민 2021. 4.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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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거점대학 자퇴현황 분석
충북대 270명 등 2403명 그만둬
신입생 자퇴율 10년새 3배로
수험생 줄며 대학 가기 쉬워져
인서울 일부와 합격선 겹쳐 타격
지방대학 정원 채우기 '빨간불'
지난해 지역 거점국립대 9곳에서 신입생 2400여 명이 자퇴했다. 거점국립대 신입생 자퇴율은 지난 10년 사이에 3배가량 높아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교 입학 지원자가 줄어드는 와중에 입학한 바로 그해에 자퇴하는 신입생도 늘고 있다.

매일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대학별 학부 신입생 자퇴 현황에 따르면 거점국립대 9곳의 신입생 자퇴율은 지난 10년 새 2.8배 높아졌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곳에선 2010학년도 전체 신입생 3만7968명 중 949명(2.5%)이 입학한 뒤 1년 내에 자퇴했지만, 2020학년도엔 신입생 3만4660명 중 2403명(6.9%)이 학교를 떠났다.

충북대는 2020학년도 신입생 2955명 중 270명(9.1%)이 자퇴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소재 국·공립대 34곳 가운데 신입생 자퇴율이 가장 높았다. 대학별로 지난해 신입생 자퇴율은 부산대 8.1%, 경북대 7.9%, 충남대 7.0%, 전북대 6.9%, 전남대 6.6%, 경상국립대 6.3%, 강원대 5.1%, 제주대 5.1% 등으로 집계됐다.

2019~2020학년도 자퇴 신입생 증감 현황을 보면, 충북대는 2019학년도에 신입생이 207명 자퇴했는데, 1년 만에 30.4% 증가했다. 충북대는 2011학년도에 신입생이 87명 자퇴한 이후 9년 연속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어 충남대 25.2%, 전남대 24.5%, 전북대 21.4%, 제주대 12.6%, 부산대 10.6%, 경상국립대 2.5%, 경북대 -1.0%, 강원대 -16.4%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방 소재 4년제 국·공립대 35곳의 평균 신입생 자퇴율은 6.5%였다. 평균치보다 신입생 자퇴율이 높은 대학 10곳 중 6곳이 거점국립대였다. 거점국립대의 신입생 자퇴율이 다른 국·공립대보다 높은 이유는 대입 전형에서 거점국립대 합격선이 일부 서울 소재 대학과 겹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을 포기하고 거점국립대 진학을 결정한 수험생들 사이에선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낫다'는 비유가 언급되기도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입학문'이 넓어진 것도 신입생 자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0학년도 대입 당시 전체 고3 학생 수는 63만4000여 명이었으나 2020학년도엔 50만1000여 명으로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은 35만여 명에서 31만여 명으로 12% 줄었다. 거점국립대 9곳의 모집인원은 8% 줄었다. 수험생들 입장에선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 수시에서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정시로 거점국립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입 재도전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거점국립대 졸업생들의 녹록지 않은 취업 상황도 신입생 자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지방의 상당수 학생이 입학한 후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 거점국립대에서 신입생 자퇴가 늘어나는 건 공무원시험 준비 시기가 앞당겨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거점국립대 위기를 가장 우려하는 곳은 거점대학이 아니라 지방 사립대들이다. 대학들은 신입생·재학생 자퇴에 따른 결손 인원을 첨단 분야 학과 신입생 모집이나 편입학생 모집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거점국립대는 신입생 충원율을 100% 상태로 유지하고 있고, 편입생 모집에도 선발 인원보다 5배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거점국립대에서 생긴 '구멍'이 나머지 지방대 학생들로 다시 채워지는 셈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대학들은 속수무책이다. 편입으로 지방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는 사례도 상당하다. 오죽하면 지방에선 '수도권 대학 편입을 줄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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