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도 안통해'..백신 접종률 4% 불과한 중국의 고민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4.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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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완청이란 마을이 최근 주민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강요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지난달 이 마을 당국은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주민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며 식당·수퍼마켓 등 공공장소 입장도 금지된다고 공지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에 비판이 잇따르자, 당국은 지난달 31일 사과하고 공지를 철회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해 백신을 접종하자"고 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3개월 후면 인구의 75%가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조급해졌다. 일부 지방정부는 현금과 쇼핑 쿠폰 등을 제시하며 접종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백신 접종은 개인 선택에 따른 자발적 접종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정부나 회사, 학교 등이 백신 접종을 압박하면서 강압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중국 후난성의 후난과기대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신화사 연합뉴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지난달 24일 "전 국민 대상 무료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고위험군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이어 2월부터18~59세 일반인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달 29일엔 60세 이상 인구에도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지난달 22일 중국 정부는 6월 말까지 인구의 약 40%인 5억6000만 명(11억2000만 회분)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는 7월 전까지 1차 목표를 달성하고 그 후 연말까지 3억3000만 명이 추가로 접종을 끝내 백신 접종률을 64%로 높인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그래야 내년 2월 대형 국제행사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무난히 치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중국 백신 접종률은 4%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5일 기준 국내 백신 접종 건수가 1억4280만 회 이상이라고 6일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300만 회 이상 늘어난 수치다. NHC는 조만간 일일 접종 건수를 1000만 건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우리 함께 백신을 맞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홍성신문

중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백신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백신 접종을 주저한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중국에선 주로 중국 제약사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접종하는데,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직 사용 권고를 발표하지 않은 백신이다. 두 회사 모두 상세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중국 국내에서도 안전성과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 확산을 빠르게 통제해 현재 중국 국민이 백신을 맞아야 할 필요성이나 긴급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달 20일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 국민은 코로나가 통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 수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 원사는 "중국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정상화에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 원사는 코로나 방역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의 한 상업용 건물에 붙어 있는 백신 접종 홍보 포스터. “면역 장성을 쌓자”는 내용이 써있다.

지방정부들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놨다. 수도 베이징의 일부 구는 접종자에게 달걀이나 휴지를 나눠주거나 식료품 쿠폰 등을 주고 있다. 50~100위안(약 8000~1만7000원)의 현금을 내건 곳도 있다.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선 회사 건물을 직접 방문해 즉석 접종도 시행 중이다.

관영 매체를 동원한 선전 활동도 활발하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선동하는 식이다. 관영 방송 CCTV의 한 앵커는 "백신 접종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모든 중국인의 책임과 의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영 매체들이 백신 접종에 동참해 미국을 앞서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4일 기준 인구의 32.0%인 1억620만 명이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2회 분량일 경우 2회 모두 접종) 인구도 18.5%(6140만 명)에 달한다. 5일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매일 평균 300만 회 이상 접종이 계속된다면 3개월 후 인구의 75%가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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