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모테기 일본 외무상에 "대국 대립에 말려들지 말라"
[경향신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에게 “대국의 대립에 말려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일본이 미국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갖고 중국을 겨냥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오는 16일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양국의 밀착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지난 5일 모테기 외무상과의 전화 회담에서 “양측은 쉽지 않은 중·일관계 개선·발전의 국면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며 “양국 관계가 정체되거나 후퇴해선 안 되고, 소위 대국 대립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전화 회담은 중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90분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상당 시간 신장·홍콩 문제 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왕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이 중국에 편견을 가진 일부 국가에 현혹되지 않고 자주 독립국으로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중국의 발전을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관계의 기본 규칙을 존중하고, 가까운 이웃으로서 중국 내정 사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유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초강대국이 다자주의를 빙자해 집단 정치나 대국 대결에 열중한다면 중소 국가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모테기 외무상이 이번 회담에서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 진입과 남중국해 정세, 홍콩 및 신장 위구르자치구 상황 등에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또 두 장관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미얀마 상황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내년 양국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한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도쿄 올림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상호 지원도 약속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회담에 대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일본에 미국을 따라가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면서 “중국의 경고는 일본이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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