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박 버리고 자기만의 곡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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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세대 작곡가의 활동이 왜 중요할까요? 그들 작품이 없었다면 오늘날 작곡가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해외 무대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죠. 윤이상, 진은숙 작곡가 등이 만든 역사는 신진 작곡가에게 사회적 자산이 됩니다."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와 아시아 작곡가 리그(Asian Composers League)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작곡가의 해외진출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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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세대 작곡가의 활동이 왜 중요할까요? 그들 작품이 없었다면 오늘날 작곡가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해외 무대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죠. 윤이상, 진은숙 작곡가 등이 만든 역사는 신진 작곡가에게 사회적 자산이 됩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있는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음악학자 이희경 교수가 '오늘의 음악, 내일의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대한제국 애국가가 만들어졌던 1900년대 초부터, 국내 최초의 전자음악으로 평가 받는 강석희 작곡가의 '원색의 향연'(1966)을 거쳐 통영국제음악제가 개최되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대 창작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동시에 현대사를 돌아봄으로써 젊은 작곡가들이 향후 정체성을 모색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날 강의에 참여한 전예은(36) 작곡가는 "해외에서 작곡 하면 한국적인 작품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시도를 하게 되는데, 막상 해보면 내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꼭 '한국적인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수년에 걸친 연구 없이 단순히 국악을 가져온다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물론 여전히 외국에서는 한국 음악인에 대한 특정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것에 저항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는 음악'을 만드는데 천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가 작곡가 육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작곡가 아틀리에' 사업의 일환이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작곡가 아틀리에'는 신예 작곡가들에게 2년간 세미나와 멘토링, 오케스트라와의 연주,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음악적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와 아시아 작곡가 리그(Asian Composers League)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작곡가의 해외진출도 지원한다.
'작곡가 아틀리에'는 코심의 '상주작곡가'를 찾는 오디션의 성격도 있다. 코심은 2014년부터 음악성이 뛰어난 작곡가를 오케스트라의 상주작곡가로 선정, 그들의 창작곡을 관객에게 적극 소개해 왔다. 상주작곡가 제도를 통해 관객이 만난 작품은 11곡에 달한다.
코심은 올해 '작곡가 아틀리에'의 주인공으로 전예은 작곡가를 비롯해 임영진(39), 전민재(34), 위정윤(31), 정현식(28) 작곡가를 선발했다. 모두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가 뚜렷하고,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이들이다. 이 가운데 최종 우수 작곡가로 선정된 자는 코심의 상주작곡가로 활동하게 된다.
이날 강연 프로그램은 김택수 작곡가가 디렉터로 참여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작곡과 교수인 김 작곡는 '더부산조' '짠' '빨리빨리' 등 작품으로 한국 고유의 선율미를 살린 현대 클래식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 작곡가 역시 코심의 초대 상주작곡가로 2년간 활동했다. 김 작곡가는 '작곡가 아틀리에' 작곡가들에게 멘토로 나설 예정이다. 김 작곡가는 "연주자와의 소통 방법이나 SNS 활동은 왜 필요한지 등 작곡가로서 실전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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