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범 후 첫 이란핵합의 복원 회의..탐색전 치열할 듯
[경향신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회의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린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양국이 핵합의 복원 의지는 보여줬지만,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빠른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과 미국 정부는 6일부터 JCPOA 복원을 위한 사실상의 간접 협상에 돌입한다. 이란에서는 아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이, 미국에서는 로버트 말리 이란 특사가 5일 각각 빈에 도착했다. 아락치 차관은 이날 빈에서 열린 사전회의인 JCPOA 공동위원회 세션에 참석했다고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2015년 JCPOA 체결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도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동에서 미국과 이란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지는 않는다. 이란이 회의에서 “미국과 직·간접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대표가 앞으로 며칠간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미국과 이란 대표를 번갈아 만나며 중재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탐색전 성격의 회의임을 보여준다.
■이란 “단계적 접근 반대” VS. 미국 “빠른 돌파구 기대 안 해”
JCPOA는 이란이 핵사찰을 받는 대가로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한 합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무더기 제재를 가하면서 누더기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해제를 요구한 제재 1600여개 중 절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밝힌 올해 초까지의 제재 피해 규모만 1조달러에 달한다. 이에 맞서 이란은 지난 2월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미신고 핵시설 불시 사찰을 불허했다. 우라늄 농축률도 JCPOA가 규정한 3.67%에서 20%까지 높였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이란은 1년 내 초기 단계의 핵무기를 만들 만큼의 우라늄을 모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미국은 JCPOA 협상 의제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부과한 추가 제재를 모두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락치 차관은 특히 “우리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먼저 JCPOA 규정을 준수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해제하는 식의 해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존 JCPOA 복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JCPO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JCPOA에 없던 탄도미사일 관련 규제를 새로 추가하려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상원의원 43명이 이러한 내용을 추가로 합의하라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미국은 이란의 핵활동 감시 규제 기간을 10~15년으로 제한한 JCPOA의 일몰조항도 삭제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협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앞으로 다가올 과제의 규모를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지금은 협상 초기이기에 즉각적인 돌파구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바이든 정부가 JCPOA에 복귀할 수 없는 국내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조건 없이 JCPOA에 원상 복귀하면 JCPOA 규정에 따라 미국은 2023년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해제해야 한다.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민감한 시점의 제재 해제는 재선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면서 대이란 제재 해제시점을 2024년 이후로 미루려 한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제재 해제 시한을 몇 년 뒤로 미루면 JCPOA 협상과 관련한 국내 정치적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잘못된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린폴리시는 “바이든 정부는 외교로 향하는 대신 이란에게 위기의 책임을 전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가 이란 경제를 더욱 무너뜨리도록 시간을 보냈으며, 심지어 트럼프 정부의 이란에 대한 코로나19 지원 차단 조치를 되돌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란과 부쩍 가까워진 중국
이란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JCPOA 복귀를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필요하면 우라늄 농축률을 20%에서 6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만들 만큼의 고농축 우라늄을 모을 수도 있다는 선언이다.
이란이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제재를 견딜 상대적인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7일 이란을 방문해 앞으로 25년간 에너지·경제·안보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협정에 서명한 것이 이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로 이란이 좀 더 비타협적일 수 있게 됐다”면서 “이란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을 좀 더 긴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홍콩명보는 6일 서방의 제재가 늘어날수록 중국·러시아·이란 3국은 더 뭉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란에 가혹한 제재를 가했고, 이란은 JCPOA의 규정 한도를 넘은 우라늄을 농축하기 시작했다”면서 “6년 전 거래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라르 아라우드 전 프랑스 유엔대사는 포린폴리시에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행정명령을 통해 즉시 ‘핵 협정 패키지’로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협상은 복잡할 것이며 몇 달이 걸릴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도 “이란이 협상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6월 대선을 앞둔 이란 내 보수주의자들이 더 대담하게 협상을 막으려 할 수도 있다”면서 “기회의 창은 모든 면에서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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