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꿈에 눈이 멀어라"던 친구.. 그곳에선 꿈을 이뤘을까

기자 2021. 4. 6. 1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주현 소천(召天)'.

대학 수업에서 만났던 친구의 부음을 2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됐다.

그와 나, 같은 수업을 듣던 재화와 은아.

2년이 넘도록 그들의 걱정과 슬픔조차 모르고 있었던가.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주현(1983∼2018)

‘유주현 소천(召天)’. 대학 수업에서 만났던 친구의 부음을 2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됐다. 얇다면 얇고, 두텁다면 두터운 게 사람 간 인연일 것이다. 같은 수업을 들은 사이가 별것 아닐 수 있겠지만, 그의 죽음은 내게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꿈을 안고 하늘나라로 간 그를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이 더없이 나를 슬프게 한다.

유난히 꽃이 아름다운 요즘을 만끽한다. 잊고 지내던 인연도 하나둘 생각난다. 휴대전화 메신저 검색창에 지인의 이름을 입력했다. 유…. ‘유주현’. 검색어 자동 채우기 기능, 인공지능(AI)이 소환한 이름이다. 반가운 마음에 근황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부고를 접했다. ‘유주현 소천/빈소: ○○병원/발인: 2018년 9월’. 벌써 2년도 더 된 세월. 난 그동안 그를 찾지도 않았던가. 한참을 접어뒀던 기억이 펼쳐졌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대학 시절 한 수업에서다. 당돌한 모습, 거침없는 속내 표현…. 그에 대한 첫인상이다. 교수님은 과제 수행을 위해 수강생끼리 모둠을 짜라고 하셨고, 그와 난 같은 조가 됐다. 이름은 ‘연합군’. 다른 학과의 수강생끼리 모였으니 연합군이었다. 그가 이름 지었다. 그때 열심히 현장을 다니고, 강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던 기억은 여전히 나를 웃음 짓게 한다.

방황도 어지간하던 시절, 졸업을 1학기 앞두고 돌연 휴학을 했다. 6개월 돈을 벌고 인도로 떠났다. 까만 피부에 형형한 눈빛들, 그 빽빽한 인파와 매캐한 공기에 익숙할 즈음 학교로 돌아와 듣게 된 한 수업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새카만 인도인과는 대조적인 새하얀 얼굴의 그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와 나, 같은 수업을 듣던 재화와 은아. 이렇게 넷이 한편이 됐다. 시종 즐겁고 종일 희영수(더불어 실없는 말이나 행동)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대학 교정도, 서울 인사동 거리도 넷이 함께 거닐었다. 찻집에 앉으면 막차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수다를 떨었다. 가는 시간을 야속해 하던 시절이었다.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직장을 세 번 정도 옮겼을 무렵, 퇴근길 군중 속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어느 지하철 환승역의 계단참이었다. 내가 먼저 알아봤고, 그는 “어, 너구나?” 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너무도 반가워 그 길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한참을 떠들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곡도 쓰고 있었다.

한 가지만 잘하기도 힘든 나이가 됐다 생각했는데, 그는 여전히 온갖 것에 관심이 많은 소녀였다. 습작을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영 수줍어했다. 다음 만남을 기약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에 재화와 은아에게 연락했다. 그들은 나보다 먼저 소식을 알고 슬퍼하고 있었다. “신장(腎臟)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2년이 넘도록 그들의 걱정과 슬픔조차 모르고 있었던가. 지독히도 무심한 나여.

“꿈에 눈이 멀어라, 시시한 현실 따위 보이지 않게.” 그의 SNS에 박제된 말 한마디가 나를 울린다. 무엇을 그리도 갈망했기에, 현실도 애써 무시하며 달려갔는가? 도대체, 그가 꾼 꿈은 무엇인가? 올해까지 살아 있었다면 그 꿈은 현실로 성취됐을까? 조만간 그를 보러 가야겠다. 그가 누운 자리에 남아 있을 마지막 한마디가 몹시도 궁금하다.

대학 동문 A 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