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이진욱은 오늘도 내일도 배가 고프다

김용호 2021. 4. 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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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원래 농구를 너무 좋아했어요.”

전주 KCC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30일 2위 울산 현대모비스의 패배로 매직넘버가 지워지며 1위가 확정됐던 KCC는 31일 서울 삼성 전부터 그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들을 투입, 플레이오프 대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창진 감독이 플레이오프 전력으로 올라와야 한다며 몇몇 선수들을 짚은 가운데 전 감독의 흐뭇한 미소를 이끌어내는 한 선수가 있다. 1분, 1초를 뛰더라도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이진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진욱은 지난 주말 연전에서 두 경기 모두 1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다. 2019-2020시즌 KCC로 트레이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9-2020시즌에는 1군 출전이 아예 없었던 이진욱이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전창진 감독은 4일 부산 KT 전을 앞두고 이진욱에 대해 “경기를 뛰든 안 뛰든 항상 준비가 돼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3분이라도 뛸 역할이 있다면, 그 시간이 나중에 5분이 되고, 10분이 되는 거다”라며 노력에 대한 가능성을 점쳤다.

올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에 나선 이진욱의 평균 출전 시간은 6분 39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진욱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어떤 동기부여가 그의 에너지를 뽑아내고 있을까.

5일 오후 훈련을 앞두고 만난 이진욱은 “원 없이 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있어서 감독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기회를 주시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실텐데 정규리그 후반에 벤치 멤버에게 기회를 주는 플랜을 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눈앞의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

지난 주말 연전에서 DB는 두경민, KT는 허훈을 중심으로 한 앞선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진욱은 그 에이스들을 밀착 마크했다. 전창진 감독도 “정말 잘 막았다”라고 칭찬한 부분.

성실한 준비에서 비롯된 결과. 출전과 상관없이 늘 준비 중이라는 말은 많은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답변이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이진욱은 “사실 올 시즌이 개막할 때는 엔트리에도 못 들어간 상태였다. 그때 감독님이 나에게 기회는 무조건 한 번 올 테니 항상 준비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빈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의 말씀이기에 믿었다. 그래서 한 번도 빠짐없이 준비를 했다. 나에게 기회가 설령 오더라도 10~15분의 긴 시간이 절대 아니지 않나. 그보다 더 짧게 주어질 시간에 내 역할을 해내야 했기에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 덕분일까. 이진욱은 본인의 예상보다 빨랐던 2020년 10월 10일 창원 LG 전, 즉 정규리그 첫 경기부터 코트를 밟았다. 앞선에 김지완, 유병훈 등의 부상이 있었던 가운데 이진욱은 평균 5분 내외의 기회를 받아왔다.

하나, 예기치 못한 순간도 있었다. 11월 8일 울산 현대모비스 전, 수비 과정에서 쇄골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것. 당시 정규리그와 D-리그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던 이진욱이 “힘들어서 행복하다”라는 진심을 전한 바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부상 재활은 쉽지 않았다. 금이 간 쇄골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에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기회를 받기 시작했던 시점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던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이진욱은 “그래도 그땐 팀이 12연승을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형들을 응원하며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도 크긴 했다. 재활 중에 팀에 한 번 얼굴을 비추러 갔었는데, 그때도 전창진 감독님이 ‘할 수 있다, 돌아올 수 있다’라는 희망찬 위로를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재활을 열심히 해서 복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진욱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늘 농구에 대한 배고픔을 표해왔다. 2018-2019시즌이 끝나고 오리온에서 웨이버 공시가 됐을 당시에도 그는 농구공을 놓지 않으려 해외리그 이적까지 타진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KCC와 전창진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KBL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농구를 너무 좋아했다”라며 웃어 보인 이진욱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는 정말 쉴틈없이 경기를 뛰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많이 뛰지 못하다보니 너무 뛰고 싶은 마음에 해외까지 알아봤던 거다. 그런 간절함이 있었다”라고 진심어린 속내를 드러냈다.

끝으로 이진욱은 “KCC에 온 뒤로는 항상 마지막 훈련,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진짜 마지막이 올 수도 있지 않나. 이 마음가짐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게 내 목표다”라는 다부진 각오와 함께 다시 코트로 향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배고픔을 노력으로 대변하고 있는 이진욱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 사진_ 점프볼 DB(홍기웅, 박상혁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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