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청중이다.. 책으로 펼치는 명강연
학술 전문가 대중 강연 인기에
강연형 문고본 시리즈 잇단 출간
정치·경제·의학·물리학 등 망라
다양한 주제를 쉽게 풀어 전달
명사는 물론 학술 전문가들의 대중 강연이 인기를 끌면서 출판계에도 ‘강연형 문고본 시리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강연을 진행한 뒤 책으로 펴내는 ‘선(先) 강연 후(後) 출판’ 모델이 있는가 하면 강연 형식으로 쓰인 책들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는 일반 독자를 겨냥한 대중 강연서인 만큼, 이들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자로 나섰으면서도 비교적 쉽게 읽히고, 두껍지 않다는 특징을 보인다. 잠재적 독자들이 활자 매체보다 오디오·비디오 매체로 기울자, 출판계가 학술서의 대중화를 통해 활로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연형 문고본 시리즈 잇단 출간 = 21세기북스는 최근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인생명강’ 시리즈 출간을 시작했다. 1차로 면역학 전문가인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바이러스·백신·면역 등을 다룬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학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한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등 2권의 책을 펴냈다. 앞으로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와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등의 책이 뒤를 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인생명강’ 시리즈는 이 출판사가 2019년부터 출간해 온 ‘서가명강’ 시리즈의 자매 격이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표방하며 서울대 교수들의 대중 강연을 책으로 펴냈는데, 최근 16번째 책인 구범진 동양사학과 교수의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이 나왔다. 두 시리즈 모두 21세기북스의 강연 플랫폼 ‘유니브스타’를 통해 먼저 진행된 대중 강연을 책으로 펴낸 사례다.
김영사도 최근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내는 세상의 모든 교양 라이브러리’를 표방하며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를 선보였다. 1차로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의 ‘어떻게 이상 국가를 만들까?’, 같은 과 박지향 명예교수의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너와 나의 경제학’,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위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등을 출간했다. 뇌과학자인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의 ‘AI와 인간의 미래’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오월의봄은 최근 ‘오봄문고’ 4번째 책으로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의 ‘미국 정치 평전’을 출간했다. ‘오봄문고’는 지난해 10월 ‘지금, 여기의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는 질문과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총서’를 표방하며 처음 선보였다. 이번 책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독점 속에 소외된 목소리를 조명했다.
◇쉽게 읽히고 두껍지 않은 대중 교양서 = 각 출판사와 시리즈에 따라 지향점이 조금씩 다르지만, 강연형 문고본 시리즈는 대체로 대중 교양서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고 전문가를 저자로 동원하되 어렵지 않게 펴내는 게 특징이다. 김영사는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이면 공부를 끝낼 수 있다는 뜻의 ‘굿모닝 굿나잇’을 시리즈 제목으로 내세웠다. 김영사 측은 “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누구나 읽을 수 있고, 한 권에 핵심 지식과 교양을 담은 문고본”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북스는 나아가 ‘인생명강’·‘서가명강’ 시리즈의 어린이 대상 버전도 기획하고 있다. 이들 시리즈는 분량 면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크기는 일반 책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 수준이고, 각 권은 150∼250쪽 정도로 구성됐다. 맘먹고 읽기 시작하면 3시간 안팎에 다 읽을 수 있다.
강연형 문고본 시리즈는 독자 환경 급변에 대한 출판계의 대응이다. 윤홍 21세기북스 ‘인생명강’팀장은 6일 통화에서 “기존에 서점에 모여 있던 독자들이 유튜브 등 다른 매체로 흩어지고 있는 만큼, 잠재적인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자는 취지”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전문 지식이 독자 개인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대중성에 무게를 두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서가명강’ 시리즈 첫 책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현재까지 4만2000부가 팔렸다.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의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도 한 달 만에 4000부가 팔렸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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