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불 밝힌 완주, 꽃·호수·예술로 더 환해졌다
소양엔 자주목련, 복사꽃, 박태기와 수선화
경천, 구이, 대아호..호수의 도시 완주 재발견
상관저수지, BTS의 오성제, 천호성지 연못도
편백숲·봄꽃에다 미술관·문화예술카페 새 단장
남성 경각산에선 BTS 처럼 패러글라이딩 활강
여성 모악산 앞 구이호변은 걷기여행자의 천국
국내 최초 기록, 한옥성당, 술테마박물관 눈길
대아호 옆 대아수목원에선 4~5월 금낭화 물결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완주 소양의 오성제 저수지 둑방길 소나무도, 만경강 비비낙안 기러기도, 대아저수로 돌다리가 있는 고산창포마을도, 대둔산·종남산·경각산·위봉산도 ‘석진·윤기·남준·호석·지민·태형·정국’을 기다렸다.
2019년 7월 이곳에서 편히 쉬며 즐겁게 놀다간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태형(뷔) 등은 서머패키지 영상에서 ‘또 오겠다’는 뜻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BTS가 다녀간 지 20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을 기다리는 완주의 마음은 2021년 교태로운 봄꽃, 소박하지만 울림이 있는 예술로 피어났다.
▶교태로워진 꽃과 예술=오성제 가는 길 2㎞에 도열한 벚꽃이 쌍터널을 만들더니, 송광사에 이르러 자주목련·복숭아꽃·찔레꽃·박태기꽃·수선화가 자태를 뽐낸다. 봄꽃은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천호성지, 국내 최초 한옥예배당인 되재성당, 대아수목원, 무궁화테마식물원 등지에서도 아우성이다. 5~6월엔 금낭화, 여름엔 연꽃·백일홍·수국, 가을엔 코스모스·국화 등이 봄꽃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오성제 저수지는 BTS 멤버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둑방길 소나무에서 기념촬영한 이후 남녀노소 ‘따라쟁이 여행자’들과 ‘아미(ARMY)’ 순례객들이 찾기 시작했고, 최근엔 근사한 예술카페도 들어섰다. BTS를 떠올리며 작품과 호수를 감상하고, 차도남 같은 성격의 ‘사자개’ 차우차우를 만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똑똑한 촌사람들답게, BTS가 시선을 끌어주자 오랜 기간 수십개 마을동아리 예술활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니더니, 지난 1월 군 단위로는 전국 처음, 남서지방 시·군 중 처음으로 국내 4대 문화도시(문화체육관광부, 기초단체 기준)에 올랐다.
최근 들어 상전벽예(藝)의 누에아트홀, 봉동 예술농부, 완주스러운 디자인메카 별빛공방, 산속등대미술관, 군민의 삶을 1면 톱기사로 싣는 ‘완주인생보’의 삼례책공방, 삼례모모미술관, 데일리로그 감성사진관, 예술카페 애드리브, 라온, 소담원-녹운재-죽림원 한옥스테이, 전국 1위 로컬푸드 행복정거장, 유럽+완주형 파티셰의 집 삼일월 등이 새로 생기거나 ‘멋-맛-흥’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쳤다.
완주의 예술이 커지는 이유는 방탄소년단 때문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마을마다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 진행돼 저변이 탄탄하고, 군민 참여형에다 생활·생업 속 소재를 기반으로 한 자연주의 예술활동이며, 나중엔 군청이 이들을 진흥·응원해주는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가동됐기 때문이다.
▶‘호수의 도시’ 완주=오성제는 아주 작은 저수지인데, 완주는 ‘호수와 강의 도시’로 불러도 될 정도로 호수가 많다. 호젓하기도 하거니와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 몇 개씩을 끼고 있다.
경천저수지는 ‘농촌사랑 꼬마기차’와 철새·습지 사이를 지나는 조각배 풍경을, 대아호·동상호는 대아수목원, 놀토피아, 고산창포마을, 운장산계곡을 거느린다. 상관저수지는 편백나무숲을, 구이저수지는 술테마박물관과 BTS 뮤비촬영지인 경각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끼고 있다.
대둔산 아래, 국보가 있는 화암사에서 남서쪽으로 15분가량 차로 이동하면 경천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저수지 물이 유입되는 쪽은 초지가 호수 쪽으로 파고들어 터키의 달얀 습지의 자연 수로처럼 작은 보트가 요리조리 통과하면서 생태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물막이가 된 지점엔 호수 쪽으로 삐죽 들어간 정자 하나를 세워뒀다. 90㎝급 잉어도 심심찮게 낚이고, 붕어·가물치·향어 등도 입질하는 이곳엔 강태공들이 수십m씩 떨어져 호젓하게 낚시할 정도로 넓다. 폭 1㎞, 직선거리로 3~4㎞.
북서쪽 비봉면 천호산 아래 실로암연못은 작지만 주변의 천호성지 순례길, 순교유적지, 꽃밭, 대나무숲, 정자 풍경과 어우러져 평화로운 소풍을 하는 곳이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신앙인들이 은거했던 피난처다. 성지를 지키는 마을사람들은 누구든 와서 휴식하라고 대문을 활짝 열었다.
▶경각에서 날다 구이 안주에 술을=완주 최남단 구이저수지는 여성(어머니)의 모악산행과 남성을 상징하는 경각(鯨角:고래등뿔)산행으로 호변 나무데크 걷기여행길을 나눈다. 물론 여행자의 발길엔 성별이 없다. 모악산으로 많이 가다가 뉴노멀 가치가 부각되면서 호젓한 경각산 쪽의 발길도 늘고 있다.
광곡마을을 호위하는 경각산의 정상부 두 개의 뿔은 모악산을 향하고 있다. BTS는 2019년 7월 하순 이곳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가성비·가심비 모두 높은데 안전을 고려해 바람이 별로 없는 날에만 안내원이 동승해 태워준다.
구이저수지 8.8㎞ 둘레길은 평탄하고 꽃과 호수가 늘 동행한다. 몇 명 안 되는 강태공이 장판 같은 물결 위에 보트를 띄워 놓고 잡히든, 안 잡히든 즐거운 표정이다. 카누·조정 훈련장소이기도 하며 여름이면 전국 카누경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물 좋은 고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사꽃과 벚꽃이 반기고, 선비 둘이 대작하는 조형물을 지나니 누룩항아리 1개중대가 도열해 있다.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을 술 권하는 모습으로 풍자한 벽화, 고주망태 아저씨 조형물을 지나면, 5만여점을 유물을 차례로 만난다. 남북 정상, 처질, 나폴레옹의 술 스토리, 취중진담하는 대폿집 풍경, 호프집에서 발랄하게 건배하는 청년 인형들의 모습이 술 한 모금 안 마신 여행자들을 취하게 한다.
▶“술맛의 90%는 마주앉은 너”=나폴레옹의 승전주 ‘모에샹동’, 슈가와 제이홉이 술빚기 체험을 했던 가양주, 완주명인 조영귀의 송화백일주, 함양명인 박흥선의 솔송주, 고구려 전통주 계명주, 카파도키아 ‘스머프마을’ 모양의 특산주, 양조장 짐빠자전거, 신영균-서미경-정우성-설현으로 이어지는 술 광고모델, “술잔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고”, “술맛의 90%는 마주앉은 너” 등 술꾼 잠언들이 우리를 멜랑콜리하게 만든다. 이곳에 들른 날 저녁, 한 잔 하지 않은 여행자들이 드물다.
술은 ‘물에서 불이 일어난다’는 뜻의 ‘수불’이었는데, ‘ㅂ순경음’이 ‘우’로 바뀌며 ‘술’이 됐다는 인문학도 전한다.
‘향음문화체험관’에선 향음주례 체험, 음주자각 체험, 내 몸에 맞는 전통주 찾아보기 등 다양한 술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단팥발효빵 만들기, 막걸리발효빵 만들기, 전통주 빚기, 술지게미쿠키 만들기 등 체험도 가능한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미리 물어봐야 한다.
▶곧 금낭화=마한제국의 중심도시였던 완산(완주)로 진입하는 남쪽 관문은 남관이고 그 윗동네가 상관이다. 1만마리의 말을 능히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울울창창한 곳이라는 뜻으로 ‘만마관(萬馬關)’로도 불렸다.
상관저수지 인근 밥그릇 모양의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은 맑은 공기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1976년 마을 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에 10만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어 가꾼 곳인데, 어느새 인근 시군도 알고 찾아온다. 지난 1일 남원 도통초 5학년생 4명도 인솔자와 함께 건강한 숲길을 거닐며 노래도 부르고 생태탐구수업을 즐겼다.
300리 물길을 만들며 호남평야의 젖줄이 되고 있는 대아호는 한반도 모양의 호수 주변으로 26㎞의 드라이브도로가 나있다. 주변엔 수직그네, 클라이밍 등 어린이·청소년용 익스트림 레포츠 시설물을 갖춘 놀토피아, 150여ha에 2600여종의 꽃과 나무가 자라는 대아수목원을 끼고 있다.
4월 중순~5월 초순께 분홍색 꽃이 만발하는 대아수목원 금낭화 자생군락지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튤립, 6~8월에는 백합꽃과 붓꽃류, 9~11월에는 꽃무릇(석산)과 국화꽃이 번갈아 수목원을 장식한다.
꽃과 호수의 고을, 완주가 널찍 널찍한 거리 유지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BTS와 그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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