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적 소득세 복원해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자"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2008년 이래 매년 40퍼센트씩 재산을 불려 현재 60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억만장자가 2018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만도 40억 달러. 페이스북이 200억 달러의 이익을 냈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주식의 2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커버그가 낸 세금은 얼마였을까? 놀랍게도 이 소득에 대해 단 한 푼의 소득세도 내지 않았다. 서류상으로 페이스북의 이익이 미국이 아닌 케이맨 제도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케이맨 제도의 법인세율은 0%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이런 행태는 과연 온당하고 공정한 일인가?
이는 예외적 사례가 결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와 조교수인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은 저서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서 "제약산업인 화이자, 시티그룹 같은 금융회사, 나이키 같은 제조업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조세 회피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탈세가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는 거다.
책은 부자들이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세금을 덜 내는 미국의 왜곡된 조세 제도의 실상을 고발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1930년대 이래 반세기 동안 최고 소득구간에 90% 이상의 세금을 매기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누진세율을 유지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한다. 그러면서 누진세가 무너진 1980년대 이후보다 그 시절에 성장과 분배 모두가 더 잘 이뤄졌음을 실증적 자료들로 속속들이 밝힌다.
세금 개악과 불평등 만연이라는 변화는 레이건 정부 시절인 198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 이전까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누진세율을 가진, 조세 정의의 희망을 보여주는 등불 같은 나라'였다. 1930년대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이들에게 해당할 최고 구간 소득세율을 90%로 책정했고, 이런 정책은 반 세기가량 유지됐다. 법인이 만들어내는 이익은 50%가 과세 대상이었고, 가액이 큰 부동산은 80%가 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1986년 레이건 정부의 '세금 개혁'으로 최상위 구간 소득세율이 28%로 뚝 떨어졌다. 그 결과 미국에서 최상위 소득을 올리는 400명에게 고작 23%의 소득세율이 부과됐다. 이는 하위 50%의 노동계급이 부담하는 25%보다 낮은 세율이다. 지난 100년 이래 처음으로 억만장자들이 철강 노동자, 교사, 퇴직자들보다 세금을 덜 내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레이건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저자들은 '발전된 산업국가 중 최상위 소득구간에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로 뒤바꿔놓은 세금개혁법이 상원에서 97 대 3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가결됐는데, 이는 민주당의 앨 고어, 존 케리, 조 바이든 등도 '동의'에 한 표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더 큰 문제는 급증하는 조세 회피다. 1981년 레이건 정부가 최상위 구간의 소득세율을 70%에서 50%로 낮췄을 때 조세 회피가 크게 증가했으며, 최상위 구간 상속세율도 1980년 70%에서 1984년 55%, 2000년대 들어 40%까지 낮아지는 대폭적 세율 인하가 있었지만 세금 회피는 꾸준히 늘어만 갔다. 이와는 정반대로 1970년대 말까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50%의 법인세율에도 불구하고 역외 조세 도피처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낮은 세율은 성장의 둔화를 불러왔고 분배 또한 악화시켰다. 최고 소득구간에 대해 압류에 가까운 세금을 매기던 1946년부터 1980년까지 국민소득 평균은 해마다 2퍼센트씩 상승했지만, 세율을 대폭 인하한 1980년 이래 한 해 평균 1.4% 성장에 머물더니 21세기 들어서는 0.8%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90% 이상의 인구에게 소득 성장률은 그보다 크게 못 미쳐 하위 50% 인구의 경우는 고작 0.1%에 그쳤다.
반면에 전체 소득자 중 상위 0.1%는 1980년 이래 320%의 소득 증가를 경험했고, 상위 0.01%의 소득은 430%, 최고 부유층 2천300명인 0.001%의 소득은 600% 이상이나 상승했다. 저자들은 "부자들의 소득이 노동계급에 '낙수효과'를 가져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역설한다.
책의 핵심 주장은 누진적 소득세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누진적 소득세야말로 부의 집중을 막아낼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의 도구이며, 이 누진적 소득세가 없다면 치솟는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세 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기업의 이익을 빼돌리고 세금을 떼먹는 다국적 기업에 국제 협력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자국의 다국적기업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자회사를 두고 영업하건 실질적으로 25%의 세율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조세 도피처로 악명 높은) 버뮤다가 대기업에 맞춤형 탈세 가능성을 제시할 때, 아일랜드가 애플의 구미에 맞는 세금을 제시할 때, 룩셈부르크의 세무 관청이 4대 회계법인과 손잡고 한통속으로 움직일 때, 이들의 행동은 다른 나라의 예산을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탄한다.
노정태 옮김. 부키. 360쪽. 1만9천800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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