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하루 근근이 버티는 평범한 '을' 이야기

장병호 2021. 4.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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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날이 선 유머로 담아낸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가 오는 10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막을 올린다.

윤미현 작가는 "IMF 이후, 성실히 살아온 평범한 가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그들이 현재는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왜 우리의 삶은 성실히 살아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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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김씨의 평범한 가족 이야기
재난 속 붕괴되는 서민의 삶 보여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97년 IMF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날이 선 유머로 담아낸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가 오는 10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막을 올린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콘셉트 이미지(사진=무브온)
연극 ‘텃밭킬러’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텍사스 고모’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윤미현의 신작이다. 윤 작가는 청년 실업자와 노인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소외된 자의 고통을 다루면서도 독창적인 인물 설정과 재기 넘치는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공연에선 연출도 겸한다.

작품은 IMF 사태로 실직한 뒤 현재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 김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씨는 실직 이후 횟집부터 정육점, 슈퍼, 찜닭집, 치킨집 등 온갖 종류의 가게를 해봤지만 전부 폭삭 망했다. 지금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의 실직 이후 김씨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는 콜라텍 주방 일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자신의 머리를 양갈래로 땋으면서 행복했던 학창시절과 IMF의 기억만을 오가고, 아버지는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로 궁지에 처하게 된다.

20여 년 전 IMF 사태를 무대에 소환한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평범한 ‘을’들은 갑질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실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 서민들은 생존 위기 앞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작품은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 서민의 삶은 어떻게 붕괴돼 가는지를 보여준다.

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콘셉트 이미지(사진=무브온)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담고 있지만 마냥 무겁고 어두운 작품은 아니다. 윤미현 작가 특유의 재치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재미있고 따뜻하면서도 후련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윤미현 작가는 “IMF 이후, 성실히 살아온 평범한 가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그들이 현재는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왜 우리의 삶은 성실히 살아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국립오페라단 ‘빨간 바지’, 국립극장 ‘명색이 아프레걸’ 등의 음악을 맡았던 나실인 작곡가가 참여해 ‘서러워진 마음’ ‘저장된 시간’ 등 주요 인물들의 주제곡 6곡을 작곡하고 음악감독 역할까지 맡았다. 영화와 무대를 오가며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배우 이영석, 중견배우 홍윤희, 개성파 배우 이호성 등은 물론 이호철, 황미영, 박하늘, 신장환 등 젊은 배우들이 일인다역으로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공연은 오는 4월 25일까지.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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