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랑외교' 돌아왔다..美관계 개선 여의치 않자 기조 변화 뚜렷

김정률 기자 2021. 4.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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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액션영화 '전랑'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유린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5일(현지시간) 최근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전랑 외교관들이 트위터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 등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랑 외교는 중국의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됐다.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공세적으로 변한 중국 외교를 상징하는 말이다.

전랑 외교의 시작은 2019년 중국 대사들이 중국에서 차단된 트위터 등을 통해 공산권 국가들의 목소리를 높여 방어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쓰이는 말이 됐다.

중국은 전랑 외교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비난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조 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주 파키스탄 중국 대사였던 자오리젠은 신장 위구르 재교육 강제수용소를 비판하는 성명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자오 대사 등과 같은 강경 기조를 보였던 이들은 같은 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으로 발탁되는 등 새로운 전투적 대응 방식이 주목 받았다.

자오 대변인은 이후 미군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트위터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자오 대변인은 아이의 목에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는 병사의 삽화를 올리면서 양국 간 관계는 급랭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공격 모드로 전환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새로운 공세적인 중국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AFP통신은 중국이 전랑 외교로 회귀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노력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계 재개를 희망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미국의 간섭에 대해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의 마티외 뒤샤텔 소장은 "양 국원의 앵커리지 강경 발언은 중국 고위 외교관들이 선동적인 발언에 빠지도록 부추긴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양 국원의 발언 이후 리양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재 중국 총영사는 지난 28일 트위터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꼬마(boy)로 지칭한 뒤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은 캐나다와 중국의 우호 관계를 망치고 캐나다를 미국의 '사냥개'(running dog)로 만든 것"이라고 적는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신장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미국이 신장 문제를 조작하는 이유는 위구르족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성장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또 화 대변인은 H&M, 나이키 등이 신장 섬유 공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미국 면화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비난할 위치에 서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중국 대사들은 서방국가들이 집단으로 뭉치자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덩샤오핑의 철학인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현저하게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자오 알레산드로 황 프랑스 귀스타브 에펠대 교수는 "국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도 기존 국제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특별한 전략적 개발 공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충자란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과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에) 굴복하기 쉽다면서도 중국의 압력에 대처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극복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AFP통신은 지난해 9월 영국 주재 중국 대사였던 리우샤오밍이 트위터 계정에 음란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은퇴한 사건을 언급하며 전랑 외교는 많은 외교적 가정을 뒤집어 놓았지만 소셜미디어의 급증이 중국의 이익이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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