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단속반 뜨자 "영업 끝났다"..문 뒤에선 마스크 벗고 노래중

오진영 기자 2021. 4. 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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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과 경찰, 질병관리청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담당자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를 방문해 유흥시설 방역수칙 사항이 미흡한 업소를 단속하고 있다. 7개팀 23명이 투입된 점검반은 이날 역삼동 일대 유흥업소를 방문해 마스크 착용 여부와 QR코드 의무화, 환기대장, 소독대장, 종사자 건강대장 관리 상태 등을 점검했다. /사진=뉴스1

"지금 누구 허락 받고 찍으시는 거예요?"

5일 밤 8시 30분, 강남구 역삼동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한 유흥주점.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영업이 끝났다'며 막아섰다. '잠시만 확인하겠다'며 들어간 업소 중앙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손님이 붉은 조명 아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손님은 모두 5명, 이들 중 QR코드를 인증한 손님은 한 사람도 없었다.

단속반을 보자 당황한 업주는 재빨리 마스크를 올려썼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손님들은 황급히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렸다. 단속반이 "QR코드나 소독·환기 관리대장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업주는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잘 몰랐다"고 했다. 적발된 업주는 취재진에게 "누구 허락 받고 찍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서울시와 경찰이 합동으로 진행한 강남 일대 유흥주점 단속을 동행취재한 결과, 7곳의 유흥업소 중 6곳은 QR코드 명부를 작성하고 수시로 발열체크와 환기를 하는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출입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전히 경각심이 부족했다.
칸막이도, 관리대장도 없다…"방역수칙 기본도 안 지켰다"
서울시청과 경찰, 질병관리청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담당자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를 방문해 유흥시설 방역수칙 사항이 미흡한 업소를 단속하고 있다. 7개팀 23명이 투입된 점검반은 이날 역삼동 일대 유흥업소를 방문해 마스크 착용 여부와 QR코드 의무화, 환기대장, 소독대장, 종사자 건강대장 관리 상태 등을 점검했다./사진=뉴스1
이날 방역수칙을 위반해 적발된 A유흥주점은 가게 중앙에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무대가 설치돼 있다. 손님들은 무대를 중심으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무대를 구경하거나 술을 마신다. 이 업소는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어 수시로 환기가 필요하지만, A유흥주점 관계자들은 '얼마나 자주 환기하느냐'는 질문에 '자주 한다'고 얼버무렸다.

이 업소에는 노래를 부를 때 설치돼야 하는 칸막이가 없었고, 매일 두 차례 작성해야 하는 소독·환기 관리대장도 없었다. 업주는 출입 인원 제한 기준인' 8㎡당 1명'도 모르고 있었다. 밀폐된 업소에 모인 손님들은 마스크를 비스듬히 걸쳐 쓰거나 내린 채 소파에 기댄 채로 음식을 먹었다.

이 업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영업정지 2주와 과태료 150만원, '경고' 처분이 내려진다. 단속에 나선 김세곤 서울시청 축산물안전팀 사무관은 "일부 업소에서 체온 측정이나 QR코드 등 기본적인 사항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앞으로 2주간 유흥주점을 상대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단속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청·서울지방경찰청·질병관리청에서는 이날 강남구 일대에 23명의 단속 인원을 파견해 업소 89개를 불시점검했다. 주 점검 내용은 마스크 착용 여부와 QR코드 관리, 소독·환기 대장 관리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이다. 수칙을 위반할 경우 경고 없이 영업정지 처분과 과태료 부과 등 엄중 대응한다.

대형 유흥주점 지배인 안모씨(52)는 "대형 업소일수록 방역수칙 위반시 타격이 커 잘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오늘처럼 단속이 나왔을 경우 잘못하면 영업이 정지되는데 돈 몇 푼 아끼자고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단속반 떴다' 한마디에 문 '철컥'…"잠복근무 아니면 방법 없어"

5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 앞에서 단속반이 영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유흥주점은 문을 잠그고 있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단속반이 수시로 유흥업소들을 점검하지만 유흥업소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문을 걸어잠근 채 영업하는 업소나 '정보원'들을 배치하고 단속반을 주시하는 업소의 경우 실질적으로 단속이 어렵다. '단속반 떴다'는 제보가 전해지면 수십명이 모여 있던 업소도 이내 문을 닫고 '영업 끝' 팻말을 내건다.

이날 유흥업소 직원으로부터 '4차례나 단속을 당한 유흥주점에 수십명이 모여 노래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으나 단속반은 단속을 포기했다. 업소 문이 잠겨 있을 경우 단속반이 임의로 문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갈 수 없고 단속반이 움직이는 즉시 '정보원'들로부터 업소에 연락이 가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단속반에 함께한 경찰 관계자는 "몰래 불법으로 영업하거나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업소의 경우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이 아니면 적발이 어렵다"며 "오늘 받은 제보는 업소 근처에서 잠복하며 증거를 모아야 단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속반은 제보받은 업소를 추후 재단속할 방침이다.
"왜 업주만 300만원 내나"…방역수칙에 뿔난 유흥업소
5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단속반이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단속반은 이 주점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업주들 사이에서는 방역수칙의 형평성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방역수칙을 위반해 단속당할 경우 업주가 내야 하는 과태료는 300만원이지만, 손님은 1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속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는 업소 대신 잘 지키고 있는 업소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업주는 "일부 손님들은 'QR코드 까짓 거 안 찍고 10만원 내고 만다'는 분들이 계신다"며 "그럴 경우 업주 입장에서는 강제로 'QR코드를 찍어달라'고 말할 수가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들도 위반시 과태료가 300만원이라면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업주는 "항상 단속을 당하는 것은 근무자 잘 관리하고 손님 QR코드 찍는 업소들 뿐"이라며 "방역수칙 안 지키는 업소들 대라면 몇 개라도 댈 수 있는데 왜 그런 곳은 안 가느냐"고 했다. 이 업주는 단속반에게 "다른 업소도 우리 업소 단속한 것 만큼 꼼꼼하게 잘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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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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