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법정관리行..'급한 불' 3천억, 2만 밥줄 달려

CBS노컷뉴스 유동근 기자 2021. 4. 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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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4‧7보궐 직후 '법정관리' 선언할 듯
HAAH 포함 복수 투자자, 先구조조정 '시점' 저울질
"급한 불 꺼도 '명맥' 유지 어렵다"..'비관론' 고개
연합뉴스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돌입 초읽기에 몰렸다. 법원은 이르면 오는 8일 조사위원을 선정, 법정관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쌍용차를 청산하기엔 법원뿐 아니라, 현 정부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적게는 2만명, 많게는 60만명의 고용과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여론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인수금액으로 추산되는 2800억원과 산업은행의 매칭 자금 2000~3000억원 가량을 합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마련되면 2년 정도의 생존 여력이 생겨난다.

일단 청산의 위기만 모면한 뒤 쌍용차는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고, 현 정권의 임기 이후로 '쌍용차 부실' 문제가 미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법정관리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은 지난달 31일 시한이었던 투자의향서 제출을 공언했던 HAAH오토모티브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37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선 HAAH가 2~3곳의 자금 투자자(캐나다 1곳, 아랍계 2곳) 중 복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한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관리 돌입은 기정사실이 돼가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쯤 조사위원들이 선정되면 컨설팅회사가 지정되고, 실사 후 존속 가치와 청산 가치를 비교해 구조조정 방안이 정해진다.

법원은 법정관리가 시작되더라도 '조기졸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쌍용차 측에 구두로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도 청산보다 존속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일 "(HAAH 측이)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한 것 같다"며 "회생절차(법정관리) 간다고 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기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저희는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법원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HAAH가 "조금 더 시간을 달라"는 메시지를 실제로 보냈다기보다, 당장 무 자르듯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없는 관련자들의 입장을 헤아린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그만큼 HAAH의 투자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HAAH가 비록 외국계 자금을 끌어오겠다고 하지만, 연간 매출 250억원 규모의 딜러사(社)라는 점에서 쌍용차의 회생까지 장기적인 자금을 조달할 깜냥이 안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AAH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 몇몇 사모펀드 등도 투자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의욕만 앞선 것 같다"는 냉정한 평가가 오히려 더 다수인 실정이다.

이들의 투자 시점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HAAH를 포함해 쌍용차가 실제 법정관리에 들어가 구조조정을 거친 뒤 인수가격이 더 싸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정관리에 이은 일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 비용 축소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09년 2000명 안팎의 정리해고로 이어졌던 제2의 '쌍용차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당시 연간 8만대 생산, 6만대 판매의 규모에서 7200명 직원 중 2646명의 해고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현재 생산량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임직원 4800명 규모로 2만명의 생계(약 5000명 곱하기 가족구성원 4명)가 달려 있다. 딜러와 정비,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60만명분의 고용이 걸려 있다.

은 위원장은 "할 수 있다면 노사, 채권단, 협력업체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서 쌍용차가 살아나는 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자금을 투입해 당장의 연명에 성공한다고 해도 쌍용차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쌍용자동차. 연합뉴스
한국GM, 르노삼성 등이 글로벌 굴지의 완성차 업체에 인수된 데 비해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 등 쌍용차보다 후발 주자들이 앞선 기술을 빼먹기 위해 투자해왔다는 과거에 대한 아픈 평가가 있다.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완성차의 트렌드가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가 경쟁력 혹은 잠재력을 갖추려면 획기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2년 정도 생존 가능한 '호흡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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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동근 기자] dky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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