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자살 시도자 구조가 끝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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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늘나라로 간다." 얼마 전 기사가 될 만한 사건·사고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소방서에 알아보던 중 한 여성의 극단적 선택 시도 소식을 접했다.
소방서에 전화를 돌리다 보면 하룻밤 동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 시도자는 나중에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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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늘나라로 간다.” 얼마 전 기사가 될 만한 사건·사고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소방서에 알아보던 중 한 여성의 극단적 선택 시도 소식을 접했다. 40대 A씨가 유서를 남긴 채 집에서 약물을 삼켰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옆에는 어린 아들도 있었다. 다행히 A씨는 구조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의 활약으로 극단적 선택 시도자 중 상당수는 목숨을 구한다. 문제는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 시도자는 나중에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온 85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35.2%가 그 전에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한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 위험이 25배 높다는 조사도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사람들을 잘 돌보기만 해도 자살률을 많이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A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구조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부재한 게 현실이다. 전문성을 지닌 자살예방센터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현행 자살예방법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 본인이나 가족 동의 없이는 경찰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조차 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의 현실이다.
얼마 전 행주대교에서 뛰어내리려던 20대 여성 B씨를 60대 부부가 구조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엉엉 울며 살기 싫다고 말하는 B씨가 ‘자식 같아서’ 지나칠 수 없었다는 부부는 구조대가 오기까지 10여분간 B씨를 안고 다독였다고 한다. 훈훈한 소식에 감동했다는 독자들의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살아가야 하는 것은 그 여성인데 남은 생애를 책임져 줄 수 있냐”는 뾰족한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처럼 저마다의 사정으로 힘든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데서 사회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연장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구조의 종착지가 돼야 한다.
B씨를 구한 부부는 “인생은 힘들지만 살아봐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B씨가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앞으로도 용기 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병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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