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제2의 LH 사태를 막기 위한 첫걸음
정보독점 따른 사익취득 막고
민간과 협력하며 경쟁하도록
조직·문화 재구성 노력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에서 시작되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월세 논란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판도라 상자가 언제 닫힐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LH 사태가 처음 전해졌을 때 아연실색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일탈이 처음이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정보를 독점하는 공공기관의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사례는 비단 땅에만 제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LH 사태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사실은 이번 정부가 공정(公正)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공공(公共)의 역할을 어떤 정권에 비해서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허물을 덮고 몰래 이익을 얻기 위해 공정과 공공을 내세웠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너희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가 떠오른다.
바로 여기서 국가가 등장한다. 국가는 자본주의의 원리인 자유와 경쟁을 보장하고 이 과정에서 소외되고 낙오되는 계층을 보듬어 다시 살아갈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존재의 정당성을 찾는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영역에 국가가 트레이너나 심판이 아닌 LH와 같은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우리의 안전과 권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권력의 위임과 정보의 독점성을 인정받은 합법적 폭력기관인데 국가에서 일하는 사람은 사익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기에 국가의 독점적 지위를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LH 문제로 돌아와 보자. LH 사태는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다. LH가 개발에 관련된 정보를 독점하고 토지를 수용하고, 공공택지를 독점 개발하며, 용도를 변경하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발생한 구조적 모순의 결과이다. 현 정권이 다주택자를 공격하며 개인의 탐욕을 비판해 왔지만 사실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에 가장 적합한 조직과 구조는 바로 LH다. 공공이 주도하는 정책의 뒤에서 그 조직의 구성원, 그리고 이들과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이 독점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선수로 등장하면 이런 부조리가 발생한다.
다급한 나머지 정부는 모든 공직자는 재산을 등록하고 시장 교란 행위 시 엄벌에 처해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입법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취지는 이해하나 이는 또다시 자기모순이다. 왜냐하면,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더라도 이를 규제하는 사람 역시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내 재산도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처벌할 것인가. 공수처가 신설된 이유를 곱씹어보자. 검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 아닌가. 같은 원리로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아무도 규제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더구나 투기로 인한 부당이익 추구는 막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에서 금지한 소급입법까지 가져와 친일파 재산 몰수하듯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헌법 13조 2항이 소급입법을 통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의도는 국가권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근원인 개인의 이익추구 행위를 부당하게 통제하고 환수하는 폭력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내부 정보의 활용과 차명 거래의 여부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소급입법의 시행은 조자룡 헌 칼 쓰듯 공권력을 남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불평등을 핑계로, 청년실업 해소를 명목으로 현 정권에서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며 공공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로 정보가 독점되고, 이해관계가 늘어남에 따라 은밀한 형태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영역의 확대는 사익추구와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및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문화의식과 조화되기 어려우므로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건전성과 세대 간 통합에 부정적 역할을 미친다.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목적을 추구하지만, 투명성과 자율성의 원칙을 가지고 민간과 협력하며 경쟁하도록 공공영역의 조직과 문화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제2의 LH 사태를 막는 첫걸음이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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