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에 랠리 펼치는 K조선 3총사..실적 전망 암울한 이유는?

한경우 2021. 4. 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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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삼성중공업]
조선업종이 작년 말부터 이어지는 선박 발주 시장의 호황에 랠리를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연간 수주 목표치의 40% 가량을 채운 덕이다. 올해 들어서는 선가도 오르고 있어, 작년 연말의 수주랠리 초기에 일각에서 제기된 '저가 수주' 논란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조선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악화됐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작년 연말 선박 발주 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서기 전의 수주 공백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철강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선박을 건조하는 데 사용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전일 대비 1500원(1.14%) 오른 13만3000원에, 대우조선해양은 550원(1.98%) 상승한 2만8350원에, 삼성중공업은 220원(2.98%) 오른 76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국내 조선 빅3의 주가는 지난 1월 말을 저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이후 두 달여 동안의 상승률은 한국조선해양이 41.49%, 대우조선해양이 15.95%, 삼성중공업이 22.38%에 달한다.

조선업종 주가 랠리의 배경은 수주 호황이다. 국내 조선 빅3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모두 123억9000만달러(약 13조9900억원)어치의 선박을 수주했다. 올해 3사의 합산 수주목표치 304억 달러의 40.75%를 한 개 분기만에 채웠다.

기업별로는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모두 55억달러어치 선박을 수주했다. 연간 목표액 149억달러의 37% 가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17억9000만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해 연간 목표치 77억달러 중 2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 실적에서는 가장 앞서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1억달러어치의 일감을 확보해 연간 수주 목표액 78억달러의 65%를 달성했다. 지난달 26일 대만의 에버그린으로부터 1만5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약 2조8000억원에 수주한 영향이다. 이 계약은 단일 선박 건조 계약 중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선박 발주 시장의 호황은 컨테이너선이 이끌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 규모는 53만2000TEU로 같은 기간 대비 역대 최대치"라며 "해운사별로 2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은 대부분의 발주가 완료됐고, 범용으로 사용되는 1만3000~1만5000TEU급이 발주 랠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조선 빅3의 실적 전망치는 최근의 수주 랠리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한국조선해양의 지난 1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3조7572억원, 영업이익 56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5%와 53.72% 감소한다는 게 증권가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공감대다.

대우조선해양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63%와 99.6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삼성중공업이 영업손실 폭을 22.24%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수주 랠리가 펼쳐지는데도 조선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수주 계약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1년에 달하는 시차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최대 1년의 설계 기간 동안은 실적에 반영하지 않고, 야드에서 작업을 시작한 뒤부터 과정을 거친 뒤 야드에서 작업을 시작한 뒤에야 수익으로 실적에 반영한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작년 3월 이후의 수주 기근이 반영된 것이다.

작년 연말 이후에 수주한 물량의 작업이 시작돼 실적에 반영되더라도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철강 가격의 오름세 때문이다. 6개월 단위로 후판 공급 가격 협상을 하는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제철이 한 조선사와 후판 공급 가격을 t당 10만원 이상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판 값은 보통 선박 건조 비용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는 조선 업황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작년 4분기의 신규 수주 급증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수주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었지만, 예상과 달리 1분기 신규 수주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조선가도 최근 130포인트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주 기준 선가지수는 131포인트다. 클락슨 선가지수는 작년 11월의 125.06포인트를 저점으로 꾸준히 올라 3월 마지막 주에 130포인트를 돌파한 뒤 추가로 상승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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