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크래프톤 "억대 연봉 줘도 못구하는 개발자 직접 키우겠다"

배윤경 2021. 4. 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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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머리 좋은 애는 뭘 시켜도 잘한다."

개발 인력이 부족하자 비전공자 출신을 개발자로 뽑아 교육시킨다는 소식에 대한 IT관계자의 반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IT업계 전반이 '개발자 인력난'을 겪자 대형 IT기업들이 나서서 개발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공급 부족에 지난해 말부터 개발자 연봉이 경쟁적으로 뛰는 상황에서 계속 몸값을 높이는 것보단 직접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IT관계자는 최근 파값이 오르자 일반 가정에서 파를 키우는 '파테크'에 비유해 "(개발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것이) 장기적 수익률 측면에서 낫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과생도 할 수 있어요" 비전공자 대상 개발 교육·채용 늘리는 IT회사들

채용에 먼저 나선 것은 네이버다. 올해 900명의 개발자를 뽑기로 한 네이버는 일 년에 한 번 공개채용을 실시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부터 채용을 상·하반기로 나누고 상반기에만 세자릿수의 개발자를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이 아닌 사람도 개발 부서에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발자 육성 트랙을 신설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비전공자를 위한 육성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잠재력을 가진 신규 입사자가 빠르게 개발자로 성장하도록 돕겠단 입장이다. 사실상 회사가 나서서 키우겠다는 것이다.

비전공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네이버 검색연구센터에 입사해 현재 검색 자동완성과 연관검색어 개발을 담당하는 박지혜 씨는 네이버 개발자 채용 홍보 영상을 통해 "호기심만 꾸준히 유지하면 다른 어떤한 전공이어도 네이버에 들어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신입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책정한 크래프톤도 김창한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PD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맡았던 김 대표가 CPO(Chief Producing Officer)로 나서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시니어 PD들이 코칭에 참여한다.

CJ그룹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7년부터 전직원 대상 IT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전 임직원이 '1인 1앱 만들기'에 도전하는가 하면, 2019년에는 인공지능(AI) 아카데미를 열어 스텝 부서까지 전 직원에게 코딩 교육을 실시했다. 매년 주목 받는 IT서비스와 기술에 집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재무·인사 등 경영지원 부서에도 컴공 출신이 있을 정도로 유연한 인사 관리가 가능해졌다.

엔씨소프트 역시 임직원 대상 엔씨유니버시티를 운영한다. 일반 대학처럼 강의실은 물론 PC실, 세미나홀, 토의실 등 교육 공간을 갖췄다. 매년 평균 200여 개의 강의가 개설되는데 게임 기획, 게발, 아트 등 기술 관련 수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는 전 직원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파이썬을 인사·재무 등 스텝부서를 비롯한 기획·디자인 인력도 활용하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모든 수업은 무료로, 수강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배워보고 싶은 역량을 사내에서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파이썬을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웹 데이터 크롤링으로 인터넷 상에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수집·가공해 시각화 하도록 하면서 마케팅 부서에도 프로그래밍이 쓰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IT 인력을 양성하는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소프트웨어 직업 전문학교인 '우아한형제들 테크코스(우테코)'를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우테코에서 개발자로 입사하는 비율이 90%에 달한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당분간 개발 인력 부족 현상 이어질 듯…"기업 역할도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명 분야로 선정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증강·가상현실(AR·VR) 분야 전문 인력은 오는 2022년까지 3만명 넘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AI 분야에서 수급이 부족한 인력만 1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10만명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기업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AI 시대 인재 양성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현철 고려대 교수는 "해외의 경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교육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며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김정삼 과기부 국장 역시 이 자리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를 위해 보다 민간이 나서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부족한 수급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개발자 양성에 직접 나서고 있지만, 추후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로 개발 교육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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