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선 위험", "간판 가려"..가로수 수난 시대

민수아 2021. 4. 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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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식목일인 오늘, 각종 난개발로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도심 곳곳의 가로수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 문제와 각종 민원을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심층취재, 그 실태와 과제를 민수아 기자가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청주 외곽의 한 도로입니다.

차가 다니는 길옆으로 가로수 수십 그루의 가지가 여기저기 잘려있습니다.

가로수와 나란히 서 있는 전봇대 전깃줄 때문입니다.

전선을 살짝 빗겨있는 이 가로수는 온전한 상탭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 나무는 가지가 절반 이상 잘렸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도심 곳곳에서 가지가 잘린 가로수가 쉽게 눈에 띕니다.

청주 한복판에 있는 이 나무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여름이 되면 잎이 크고 무성하게 자라 상가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에 미리 가지를 정리한 겁니다.

[가로수 주변 점포 상인/음성변조 : "이게 (가로수 때문에) 간판이 안 보여요. (잎) 뒤에 허연 게 있어요. 이게 막 날려서 눈으로도 들어가고 코로도 들어가고..."]

전깃줄 안전사고 우려와 상가 간판 가림 피해, 여기에 볕이 잘 들지 않아 농사에 영향을 준다는 불만까지.

각종 가로수 민원이 끊이지 않자 한 해, 청주시가 가지치기에 쏟아 붓는 예산만 20억 원이나 됩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무분별한 가지치기와 벌목 등 가로수 훼손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심거나 수종을 바꿀 때에도 일방적인 관 주도의 결정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실제로 청주 가경천 일대에서는 20여 년 된 살구나무 150여 그루가 지난해, 하천 정비 명목으로 순식간에 잘려나갔습니다.

열매가 달리는 시기가 되면 은행나무는 악취로, 벚나무는 도로에 뭉개지는 버찌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장소에 맞는 수목을 심고 가로수를 관리할 때,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우/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민원 들어왔다고 (가로수를) 자를 상황은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해서 행정(기관)에서 다 설득하긴 어려울 테니까 저희와 같은 환경 단체들이나 같이 좀 논의 구조를 만들어서 가로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는 테이블들은 좀 필요할 것 같고요."]

도시의 허파인 가로수가 미세먼지 저감, 열섬화 방지 등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김장헌

민수아 기자 (msa4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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