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부터 '부패청산'까지.. 대통령의 뜻 담은 마스크

왕태석 2021. 4. 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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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착용한 다양한 마스크.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역의 날 기념식,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소방의 날 기념식, 식목일 기념행사,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며 착용한 마스크.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부패청산'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운영 철학을 다양한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을 응원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격려하는 ‘BRAND K 가치를 삽시다’, 부동산 부패청산의 의지를 담은 '부동산 부패청산' 마스크.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면서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착용했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LH 사태의 해결과 부동산 적폐 청산을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통령의 마스크에 담는 문구나 문양은 주로 행사를 준비하는 관련 부처에서 준비한다. 행사의 의미와 전달할 메시지를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뒤 문 대통령의 의중을 담아 제작, 배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부패청산’의 경우 통상의 제작 과정보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더 적극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지난해 총선 당시 '힘내라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투표소를 찾았다. 당시 여당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던 K-방역의 성공을 발판으로 압승했다. 그런데, 지난 2일 4·7 재·보선 사전투표에 나선 문 대통령은 아무 메시지도 없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문 대통령의 '민 마스크'는 LH 사태와 잇따른 부동산 실정, 코로나19 재확산 불안감 등으로 정권심판론이 대두된 부담스러운 상황을 반영한 걸까.

'힘내라 대한민국' 마스크를 착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4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2일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같은 장소에서 2021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면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문 대통령의 마스크에는 무수한 메시지가 얹혔고, 연설문이나 모두발언을 통한 메시지보다 국민들의 눈에 먼저 띄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까.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은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임용식에 ‘국민중심 책임수사’ 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당시 경찰 간부를 비롯해 참석자 전원이 동일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경찰에 주문했다. 대통령의 마스크에 국정 운영의 철학이 뚜렷하게 새겨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 대표에게 계급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민중심 책임수사’ 라는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높아진 만큼 책임감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아산=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축하 연설을 마친 후 '힘내라 대한민국'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 대통령의 마스크에 처음 등장한 문구는 ‘힘내라 대한민국’이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의료계 합동 회의에 참석하면서다. 당시 이 마스크는 식약처가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장착할 경우 보건용 마스크와 동일한 수준의 비말 차단 효과가 있음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에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나란히 이 마스크를 쓰고 21대 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진통 끝에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서도 이 '힘내라 대한민국' 마스크를 착용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던지는 응원 메시지로 읽히며 당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4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힘내라 대한민국'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 시설에서 이홍근 선임연구원에게 화합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제55회 국무회의에서 '만화의 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웹툰 마스크를 써 보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마스크에는 특정 분야 또는 업계를 격려하는 메시지도 담겼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도중 그림이 그려진 색다른 마스크를 착용했다. 평소처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회의 막바지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K-웹툰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만화의 날’(11월 3일)을 맞아 세계적인 만화 강국 일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웹툰 콘텐츠 업계를 격려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는 ‘BRAND(브랜드) K 가치를 삽시다’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국무회의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면서 중소기업을 격려했고, 지난달에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아름다운 손길’이라고 새긴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투입되는 졸업생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일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1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임관하는 생도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아름다운 손길’ 이라는 글을 새긴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방역현장으로 투입되는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대전=왕태석 선임기자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응원 메시지가 주를 이루던 문 대통령의 마스크엔 최근 들어 역사적인 상징이나 문구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마스크에는 독립선언문에서 발췌한 ‘세계 만방에 고하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날 기념식이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상징적 장소인 탑골공원에서 최초로 열린 만큼, 그 의미를 더하는 마스크 메시지였다.

지난 3일 제73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붉은 동백꽃 그림과 함께 '돔박꽃이 활짝 피었수다(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라는 문구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동백꽃은 이날 추념식의 주제이자 4·3 희생자를 상징하는 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마스크는 4·3 특별법 개정을 기념하고 행방불명된 수형인 355명이 무죄를 선고받은 기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식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4·3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동백꽃과 '돔박꽃이 활짝 피었수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스크를 착용했다. 제주=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세계 만방에 고하야'라는 독립선언문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소 회의 주재를 할 때 아무런 문구가 없는 흰색 비말 차단 마스크를 주로 착용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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