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괜찮니? 홈런 때리고 강속구 던지고 잘하다가 5회에..

양지혜 기자 2021. 4. 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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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7). /연합뉴스

100마일(시속 약 160km) 강속구를 던지고 100마일 스피드의 타구를 날린다. 오타니 쇼헤이(27·LA에인절스)가 한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하는 ‘만화 야구’를 5일 연재 개시했다. 심지어 주인공이 큰 키(193cm)에 훤칠해서 만화가 더욱 비현실적이다. 오타니 만화야구의 ‘제 1권’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연재가 끊겼지만, 초반부터 클라이막스로 치달은 전개 때문에 전 세계 야구 팬들이 열광했다.

◇118년 만에 다시 쓴 역사

5일(한국 시각) 미국 LA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맞대결은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를 118년 만에 다시 쓰는 경기였다. 오타니가 선발 투수이자 2번 타자로 나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 타순에 들어서면서 다른 포지션 없이 투수만 소화한 건 1902년 와티 리, 1903년 잭 던비리 이후 오타니가 세 번째다.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투수로 등판하는 날엔 타격을 쉬는 식으로 경기했는데, 이날은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뛰었다.

5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7)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겸 2번 타자로 출전해 1회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AFP 연합뉴스

그는 1회 초부터 시속 160㎞ 공을 거침없이 뿌렸다. 마운드에서 18.44m 떨어진 포수 미트까지 0.35초면 도달하는 찰나의 공이다. 최고 구속은 약 163㎞. 화이트삭스 타자들이 오타니의 빠른 공에 쩔쩔매며 4회 초까지 1안타에 그쳤다.

타자 오타니도 출발부터 압도했다. 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화이트삭스 선발 딜런 시스의 초구(156㎞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펜스를 훌쩍 넘기는 시즌 2호 포를 쐈다. 비거리 137m에 달하는 초대형 솔로포. 타구 속도(185.4㎞)는 올 시즌 뿐 아니라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우트가 2018년 세운 최고 타구 속도 기록(185㎞)마저 깼다.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지명타자제도를 도입한 이래 선발투수가 홈런 치는 광경을 처음으로 본 홈 팬들은 역사의 증인이 된 기쁨을 함성으로 내질렀다.

순탄하던 만화 집필은 5회 초 틀어졌다. 오타니가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 위기에 내몰렸다. 팀이 3-0으로 앞서 있어 승리투수 요건 채우기까지 아웃카운트가 딱 하나 더 필요했다. 그는 요얀 몬카다를 상대하다 폭투로 3루주자의 득점을 내줬다. 그리고 이어진 풀 카운트에서 시속 약 145㎞ 스플리터로 몬카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때 에인절스 포수가 공을 빠뜨려 낫아웃 상황이 됐다. 재빨리 1루로 송구했지만 1루수가 포구를 못했고, 2루수가 대신 잡아 홈으로 다시 던진 송구가 높았다. 오타니가 이를 뛰어올라 잡으려다 홈으로 쇄도한 주자와 충돌해 쓰러졌다. 순식간에 3-3 동점이 됐고, 오타니는 부상으로 교체됐다. 최종 성적은 투수 4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 5볼넷 7탈삼진 3실점(1자책), 타자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에인절스가 9회 말 끝내기 3점 홈런으로 화이트삭스를 7대4로 이겼다.

오타니 쇼헤이(27)는 4회까지 호투하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5회 수비 때 홈플레이트에서 상대 주자와 충돌했고, 부상을 당해 곧바로 강판됐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100마일의 남자 “올해는 해낸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이날 경기에서 오타니는 투타를 겸업하는 이도류(二刀流) 야구의 실현 가능성을 일단 증명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그의 활약은 특별했다. 100마일을 던지고 때리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 매우 놀랍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타니를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지도했던 구리야마 히데키 닛폰햄 감독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로 기억될 오타니의 전설이 올해 드디어 시작한다”고 흥분했다. 오타니는 닛폰햄 시절(2013~2017년) NPB 정규리그 7경기,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이도류를 선보였다.

하지만 ‘만화 야구'의 연재가 이어지려면 주인공이 계속 건강해야 한다. 투수와 타자는 서로 쓰는 근육이 다른 까닭에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 등에 시달리며 지난 3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올해는 첫 단추를 인상적으로 꿰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158경기가 남아있다. 그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미지의 영역을 향해 계속 걷겠다고 선언했다.

“타자인 내가 투수인 나를 위해 직접 득점 지원을 하는 건 아주 멋진 일입니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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