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승부수 롤러블폰 못 펴고..LG "핵심사업에 역량 집중"

조미덥 기자 2021. 4. 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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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

[경향신문]

LG전자가 오는 7월31일자로 모바일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5일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휴대전화 매장에 LG 스마트폰 제품이 전시돼 있다. 김기남 기자
피처폰 흥행…한때 세계 3위
스마트폰 전환 늦어지며 한계
전장 등 적용 기술 개발 계속
국내 ‘삼성 독주’ 심화 가능성

LG전자의 5일 모바일 사업 철수 결정은 2018년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와 전기차 배터리에는 마그나와의 합작 법인 설립 등 거액의 투자를 해왔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왔다.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올레드 사업,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 등이 그렇게 청산 또는 매각됐다.

LG전자는 2000년대 싸이언, 프라다폰, 초콜릿폰, 김태희폰 등 다수의 피처폰을 흥행시키며 세계적인 모바일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후 제때 스마트폰으로 전환하지 않고 피처폰을 고수한 것이 독이 됐다. 뒤늦게 스마트폰사업에 뛰어들어 2014년 G3를 1000만대 이상 판매하며 ‘반짝’했지만 이후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에, 중저가폰에선 중국 업체에 밀렸다. 2019년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 등으로 원가 절감을 시도했지만 흑자로 전환하지 못했다.

사진은 2006년 홍콩 ITU텔레콤월드에서 모델들이 초콜릿폰 등 주력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그래도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시대의 중심 기기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려보려 했지만,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벨벳, 윙도 흥행에 실패하며 23분기 연속 적자에 총 적자규모도 5조원을 넘어서자 과감하게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고 한다. LG전자가 세계 최초 출시를 준비 중이던 롤러블폰(화면이 말려들어갔다 펴지는 폰)도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1월20일 철수 및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고, 베트남 빈그룹,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 등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의 특허 등 무형자산을 매각하기보다 가지고 있으면서 전장, 가전 등 미래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접어도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MC(모바일)사업본부 직원이 3700여명인데, 다수가 연구·개발 인력이어서 전환 배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LG전자에 스마트폰 관련 제품을 납품해온 협력사들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올 초 LG전자 쪽 일감이 끊겨서 새로운 납품처를 찾고 있는데, 스마트폰에 특화된 라인에서 다른 걸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협력사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협력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LG전자의 철수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독주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제품에 대한 비호감 정서를 감안하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같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삼성전자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LG전자의 모바일 철수설이 불거졌던 올 초 이미 점유율에 반영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2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로 지난해 2월(14%)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65%에서 69%로 상승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독점력이 커지면 이동통신사에 대한 납품 경쟁이 사라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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