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재생산지수 1.0 초과..유행 지표 일제히 빨간불
백신 효과 떨어지는 '남아공발 변이' 국내 지역감염 첫 확인
전문가들 "억제 강화를"..당국, 거리 두기 단계 상향 가능성
[경향신문]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감염재생산지수,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 등 코로나19 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도 일제히 악화하면서 정부는 일일 확진자 수가 당분간 500명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다음주부터 적용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 일부를 제외한 비수도권 1.5단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확산 억제’와 ‘거리 두기 완화’ 사이에서 이어온 정부의 갈지자 행보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73명이라고 밝혔다. 검사 수가 적은 주말 효과로 6일 만에 400명대로 떨어졌지만 긍정적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월요일 확진자만 비교하면 1차 유행(지난해 3월2일 686명)과 3차 유행(지난해 12월7일~올해 1월4일 615~1020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전국 모든 권역에서 1.0을 넘겼다. 전국이 ‘유행 확산’으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전 권역의 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넘긴 것은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셋째주 이후 처음이다.
2월 첫째주 0.98%이던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은 3월 첫주 1.44%로 상승한 뒤 1.4%, 1.1%, 1.18%로 떨어졌다가 지난주 1.39%로 다시 상승했다.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비율도 3주 전 21.8%에서 지난주 28.3%로 뛰어올랐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3차 유행 이후에 경증·무증상 감염 등으로 감염자가 누적돼 지역사회에 숨어 있는 감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지역사회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22명 중 5명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직장·가족 집단감염에 관련된 이들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내에서 전파된 첫 사례로 조사됐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완화가 4차 유행의 전조로 이어졌음을 인정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2월 중순부터 거리 두기 조치가 완화되며 특히 유흥업소·사우나·목욕탕·음식점·주점·교회 그리고 실내체육시설·어린이집 등의 집단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영업이 재개된 유흥시설, 운영제한이 없었던 비수도권의 목욕장업 등에서 최근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비해 방역수칙 완화 폭이 컸던 비수도권의 확진자 비중이 지난달 20%대에서 최근 40%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오는 9일 다음주 적용할 거리 두기 단계를 발표한다. 현재로선 단계를 높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정 본부장은 “방역조치를 더 강화하거나 예방수칙에 관한 부분들을 강화하지 않으면 확산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방역을 최우선에 두고 솔직하게 시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나 ‘확산 억제’ 기조와 엇나가는 조치를 섣불리 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선제적 조치가 나중에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당장의 여론이 부담돼 결정을 미룬다고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 ‘빨리 올려야 빨리 풀린다’고 시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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