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해진 하이브, 든든해진 BTS

이윤주·심윤지 기자 2021. 4.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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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 인수하며 글로벌 엔터사로 도약하는 하이브

[경향신문]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 영향력 강한 가수들 확보
자체 플랫폼 ‘위버스’ 통한 팬덤 기반 수익사업 전망 밝아
한국서 유례없는 확장 행보…증권가, 목표주가 상향조정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상장주식명 빅히트)가 이타카 인수를 발표한 이후, 증권가에서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를 다수 확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위버스’를 활용한 팬 커뮤니티 기반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엔터업계에서는 한국 엔터회사가 미국 주류 레이블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K팝 시장이 선진국의 지위를 완전히 획득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빅히트는 전 거래일보다 2.06%(5000원) 오른 24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하이브의 이타카 인수 발표 이후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종전 26만~32만원에서 이날 28만5000~50만2000원으로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하이브는 이타카 인수로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상위권 아티스트를 독식하다시피 두게 됐다. 하이브의 북미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아티스트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순위 1위(저스틴 비버), 3위(BTS), 4위(아리아나 그란데)가 모두 한 우산 아래 들어오게 됐다.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상장 이후 6개월 만에 브이라이브 인수, YG플러스 2대 주주 투자, 유니버설 뮤직과 조인트벤처 설립, 이타카 인수 등 굵직한 행보를 보였다.

한편으로는 방탄소년단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취 이후 행보에 대한 하이브의 고민이 드러난 계약으로도 풀이된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가요사에서 앞으로도 20년 동안 나오기 힘든 것으로, 하이브 입장에서는 후속조치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며 “2막에 대한 고민 끝에 멀티 레이블 체제, 플랫폼 사업으로 해답을 내린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상장 이전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가 취약점으로 꼽혔지만,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하면서 이 같은 우려도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분석을 보면 2018년 기준 빅히트 매출에서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98.2%에 달했으나,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면서 방탄소년단 의존도는 80%대로 내려갔다.

하이브는 이전부터 ‘플랫폼’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말 열린 정기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업구조 체제를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의 세 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음원과 공연 관련 사업 외에도 영상 콘텐츠, 지식재산(IP), 학습, 게임 등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아리아나그란데
저스틴 비버

자체 플랫폼 ‘위버스’에 블랙핑크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수익사업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 수준이었던 기업들로 단순히 자금이 있다고 인수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온라인 팬 커뮤니티 및 공식 상품 기획·제작 역량을 공유하기 위해 지분 투자 및 인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엔터업계 관계자들과 증권가에서는 기존 한국 엔터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하이브의 행보는 아티스트 영입 차원을 넘어 엔터업계에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 눈에 띄는 지점”이라며 “특히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미국 주류 음악계의 기린아를 이사회에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 정도 규모로 사업을 확장한 한국 엔터사는 기존에 없었다”고 말했다.

K팝이 엔터시장에서 선진국의 위상을 획득했다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한국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시장, 무언가 같이하고 싶은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며 “빠른 디지털화, 방탄소년단의 성취 등으로 한국의 위상을 미국 주류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심윤지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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