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들 단톡방서 오세훈 비판 그사람, 드러난 정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마포구 의원이 주민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익명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비판하다가 정체가 탄로났다.
지난 3일 상암동 주민 26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오세훈이 상암 집 값을 끌어내렸다’며 오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상암사랑9단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참여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마포구 비례대표인 최은하 구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3일 오전 11시 30분 ‘명품상암 DMC 주민참여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난 박원순도 싫고 오세훈도 싫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마포구 상암동에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대거 짓는 바람에 상암동 집 값이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최 의원은 오 후보에 대해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광고를 해 분양이 3분의 2였던 상암동에 거꾸로 임대를 3분의 2 밀어넣은 자”라며 “상암동 집 값을 끌어내린 건 오세훈인데 또 시프트를 짓겠다(고 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난 둘다 보기 싫어 투표 안 한다”고도 했다.
최 의원은 이런 글을 자신의 본 계정이 아닌 ‘상암사랑9단지’라는 익명 계정으로 올렸다. 본지 취재 결과 최 의원은 상암월드컵파크아파트 10단지에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사는 10단지가 아니라 9단지에 사는 주민인 것처럼 닉네임을 짓고 주민 단톡방에서 오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최 의원의 행동은 최 의원 전화번호를 갖고 있던 일부 주민들이 ‘상암사랑9단지’가 마포구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최 의원의 전화번호를 스마트폰에 저장한 주민들에게는 최 의원이 다른 닉네임을 써도, 본 계정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최 의원이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기능(사람에 따라 카카오톡 프로필을 달리 보여주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이런 행각이 드러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 글을 올린 직후 방을 퇴장했다가 ‘부엉이8’이라는 대화명으로 다시 방에 입장했지만, 오 후보 비판 글을 쓴 사람의 대화명도 함께 ‘부엉이8’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왜 구의원이면서 단지까지 속이며 이런 글을 썼느냐” ”구의원이 구의원 아닌 척 민주당 아닌척 여기에 이런 글을 써도 되느냐”고 추궁하자, 최 의원은 “제가 박영선을 홍보했습니까 민주당을 홍보했습니까”라고 항변하고 방에서 나갔다.
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오세훈 후보가 시장이던 시절부터 시프트 정책을 반대하던 개인으로서 의견을 개진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주 중인 단지명이 아닌 허위 대화명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단톡방 사용자 모두 익명으로 활동하고, 그저 숫자 9가 좋아서 9를 대화명에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마포을지역위원회 정진술 사무국장은 본지 통화에서 “최 의원은 해당 지역 주민이고 채팅방 관리자에게 초대를 받아 들어간 것이지 몰래 들어간 것이 아니다”라며 “단순 의견을 개진한 것 뿐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채팅방 방장은 “최 의원을 초대한 적 없다”며 “이 채팅방은 주민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 비밀번호가 공개돼 있기 때문에 주민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인사가 지역 주민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일반 주민 행세를 하며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엔 현재 문화체육부 장관인 황희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 목동 주민 1000여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주민 행세를 하며 황 의원을 1년 간 두둔하다가 이를 수상쩍게 여긴 주민들에 의해 정체가 탄로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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