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12억, 공시가 15억?..오류투성이에 집주인들 뿔났다

박민식 2021. 4. 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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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 같은 면적인데도 공시가 '제각각'
서울 서초구, 제주도 오류 사례 발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시가격 검증 관련 건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서초구 내 일부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게 책정되고,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임에도 공시가 상승률이 달라 종부세 대상에 편입되거나 제외된 경우가 확인됐다. 다세대·빌라 등 서민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초연금 수령 자격 박탈도 예상된다. 서초구는 납득하기 어려운 공시가격 산정 사례가 상당한 만큼 전면 재조사하고, 공시가격 책정 권한도 지자체에 위임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정부의 공시가격 발표 이후 자체적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검증단’을 꾸려 검증한 결과 다수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관내 공동주택 12만5,294호를 전수조사하고, 그중 지난해 거래된 4,284건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실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사례 136가구(3%)를 확인했다.

지난해 준공된 서초구 A아파트(80.52㎡)는 그해 10월 12억6,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은 15억3,800만 원으로 2억7,800만 원 더 높았다. 지난해 10월 10억7,300만 원에 거래된 방배동 B아파트(261.49㎡)도 공시가격(13억6,000만 원)이 오히려 2억8,700만 원 더 높게 산정됐다.

이를 포함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이 80% 이상인 곳이 851곳(19.8%), 90% 이상인 곳도 208곳(4.8%)이나 됐다. 서초구 관계자는 “정부가 급등한 집값으로 인한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로 하고, 2030년 9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층, 같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실적의 유무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큰 차이를 보인 아파트도 있었다. 반포동 소재 ‘반포훼미리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거래가 없었던 101동(84.12㎡)은 공시가격이 8억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이 14.96%였지만, 지난해 8월 매매 거래(14억 원)가 있었던 102동(84.63㎡)은 공시가격이 9억6,700만 원으로 상승률(29.59%)이 2배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주장 공시가 오류 사례

조 구청장은 “동일한 아파트 같은 평수인데도 거래 유무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달라 종부세 부과(9억 원) 여부가 엇갈렸다”며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신뢰성에 큰 의문이 드는 만큼 반드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면동 소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5단지 아파트(임대, 2013년 준공)와 인근에 위치한 서초힐스아파트(분양, 2012년 준공)의 경우, 준공연도와 평형(84.95㎡)이 비슷한데도 임대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53.9%나 상승해 일반아파트(26.9%)를 앞질렀다.

서초구는 “임대아파트 소유주가 LH공사에 가격 상승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분양 전환 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거래가 없거나 드물었던 다세대·연립 등 서민주택 중 지난해 매매 거래가 발생하면서 공시가격이 100% 이상 급상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의 평균 공동주택 가격 상승률(13.53%)의 3배 이상 초과하는 주택이 모두 3,101가구로 그중 대부분이 다세대와 연립 등 서민 주택이었다”며 “이로 인해 올해 서초구 기초연금 대상자 1,426명 중 105명(7.3%)의 자격 중지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하락에 전혀 관심 없는 이들이 이번 공시가 발표로 피해를 보게 됐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는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동에서 한 라인만 공시가격 등락이 있었고, 반대 라인은 가격변동이 없는 사례가 확인됐다. 한 아파트에서도 앞동은 오르고 옆동은 오르지 않은 사례, 층별로도 다르게 오른 사례 등도 나왔다.

정부는 현실과 괴리된 공시지가를 실정에 맞게 현실화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서 이 같은 오류가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부동산 규제 정책 일환으로 공시지가 현실화를 빠르게 추진해 오류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현실화율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도구나 기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제주도, 서초구 공시가격은 적정하게 산정됐다”며 “공시가격은 전년 말 기준 시세를 토대로 산정하고, 평형 등 특성이 다른 주택을 같은 것처럼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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