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달러 쓰나미에 노출된 한국 거시정책

2021. 4. 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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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3월 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정부가 제안한 1조9000억달러(약 2150조원)규모의 경기부양안이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되었다. 작년도 트럼프 정부 하에서 세차례 걸쳐 집행된 4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예산을 합하면 코로나19팬데믹으로 지난 1년간 본예산 이외에 투입된 경기부양예산이 6조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2021년의 한국정부의 본예산이 558조원이고 일본정부의 본예산이 1122조원이라고 볼 때 미 정부가 지난 1년간 투입한 경기부양예산은 한국 정부의 2021년 본예산의 약 12배, 일본정부의 2021년 본예산의 약 6배에 이르는 규모다.

미 정부의 2020년 본예산 총액(4조7000억달러)의 1.28배 규모의 경기부양예산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의 2019년도 GDP 총규모가 21조4000억달러로 보고되고 있으니 경기부양예산의 투입규모는 2019년 GDP 대비 약 28%에 이르는 규모다.이 같이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예산이 2020년 동안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집행되었고 추가로 네 번째의 예산이 금년도 2분기 내에 집행될 예정이지만 미 경제의 경기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경기전망에 대한 최선의 지표는 일자리 지표와 실업률 전망인데 미국내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코로나팬데믹 선언이 있기 직전인 2020년 2월에 사실상 완전고용수준인 3.5%를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로 2020년 4월 실업률은 14.8%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점차 회복되어 2021년 2월에는 6.2%까지 내려온 상태이다.

이 같은 실업률 감소의 추세에 고무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백신접종과 학교 정상화에 전면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노동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옐런 장관은 4차 경기부양책이 순조롭게 집행되면 내년에는 미국경제가 완전고용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8만건이고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가 46만건에 달하였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 (약 8086원) 수준인 연방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15달러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의회예산국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면 고용주 부담이 커지고 자동화투자 등이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140만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추계하였다.바이든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을 후순위로 미룰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앞서 비관적 경제전망론을 제시해 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공개적으로 부양예산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 경기가 기저효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V자 반등을 이루어 내겠지만 곧 팬더믹 이전의 저성장 구조로 되돌아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재건을 위한 예산을 복지성 경기부양예산으로 이미 소진하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공투자, 신규투자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보았다.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의장 역시 지난해 팬더믹 선언 이후 여전히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이고 완전고용 상태 회복은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은 완전고용 상태를 회복하고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해야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오르는 추세여서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가중되는 미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최선의 대응책은 거시경제 정책의 '하방 위험도'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선심성 복지 예산정책은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는 극약처방이 될 것이다. 경기회복은 공공투자보다 민간투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공공부문에서의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고 민간부문 중심으로 자생적 구조조정에 의존해야한다. 국내 금리의 상향미세조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상향 미세조정이 부동산,주식등 자산시장에서의 거품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국내 금리의 상향미세조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상향 미세조정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의 거품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서 한국은 4개국 안보대화(쿼드·Quad)에 가입하거나 동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거시경제정책에 대응하여 한국의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해왔다. 중국의 경제지표에 대응하며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해오진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쿼드에 가입하거나 최소한 준가입국으로서의 정책포지션을 분명히 하는 것을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대책의 중심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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