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스마트폰 늑장 대응 부메랑.. "사업철수 예견된 수순"

윤선영 2021. 4.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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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폰·초콜릿폰 성공시키며
피처폰 세계 3위까지 올랐지만
변화 대응 못하고 순식간 추락
LG롤러블폰도 결국 빛 못 봐
직원 3700여명 그룹사 흩어져
LG전자가 5일 모바일사업을 종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 휴대폰할인전문상가 내 가게에 붙어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광고 포스터. 연합뉴스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5조원대의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애플 발 '스마트폰 혁명'이 밀어 닥치기 전인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LG전자는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특히 잇따른 피처폰의 인기로, 미국 CDMA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2010년 3분기에는 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하며 세계 휴대폰 시장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피처폰 시절의 명성이 LG전자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하고, 삼성전자가 뒤늦게 '갤럭시'로 힘든 싸움에 나서던 상황에서도, LG전자는 피처폰 중심의 사업을 고집했다.

뒤늦게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품질 논란 등의 문제까지 불거지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특히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다 아래로는 샤오미, 화웨이 중국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LG전자 스마트폰은 세계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글로벌 생산지를 조정하는 등 반전을 꾀하고자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LG전자로서는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LG전자가 지난 1월20일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할 때만 해도 매각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됐다. 당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MC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이어졌으나, 진전은 없었다. LG전자가 보유한 특허권 등 다양한 IP(지적재산권)를 놓고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며 새로운 폼팩터 'LG롤러블폰'도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LG전자는 올 초 'CES 2021'에서 롤러블폰 티저를 깜짝 공개하며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재검토 계획을 발표할 때도 롤러블폰과 관련해 "계속 개발 중"이라고 했지만, 이미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었던 'LG레인보우' 출시 역시 중단됐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단말기 사업정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용문제도 해당 직원 3700 여명을 모두 재배치 하는 형태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개별 인원들의 의향, 각 사업부·계열사 수요 조사를 거쳐 재배치 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LG전자가 핵심 모바일 기술 등 연구개발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일부 인력은 6G 이동통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재배치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인력 수요가 많은 가전부문과 연구소가 있는 경남 창원,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모바일 사업 철수로, 모바일 기술분야, AI(인공지능) 핵심인력의 일부 자발적인 이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해외 LG전자 스마트폰 공장은 용도를 변경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이 중 대부분 설비가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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