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업계 작전! 고객의 시간을 빼앗아야 지갑 열린다

변희원 기자 2021. 4. 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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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돔구장과 스타필드로
당신의 8시간을 점유하고싶다"
파주 롯데 2500평엔 미디어 아트 전시
쿠팡은 손흥민 경기 중계까지
야구팬에 사인해주는 회장님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년 KBO리그 개막전에서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신세계 부회장)가 야구팬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고 있다. /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상반기 중 2500평 규모의 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를 연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축구 스타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신세계는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엔 숲 같은 정원이 들어섰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당장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 사업을 저마다 벌이는 이유가 뭘까. 고객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플랫폼도, 제품도 이미 공급 과잉이다. 검색만 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시대에 물건만 팔려고 해서는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시간을 선점하는 것이 최고의 과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사태 때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진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를 매장에 오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됐다. 소비자가 ‘머무를 만하다’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을 보낼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특명 ‘시간을 뺏어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구단주가 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예전) 야구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쉬웠다”며 “우리는 스타필드와 돔구장을 이용해서 당신들의 8~10시간을 점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스타필드 복합쇼핑몰 위에 야구장을 지어 쇼핑과 레저를 즐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야구장을 찾은 관객이 야구를 본 다음에 쇼핑몰에서 소비자로 변신하길 기대하면서 ‘야구’ 콘텐츠에 투자를 한 셈이다.

백화점에 정원 지난달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에 들어선 800평 규모의 온실 정원. 여의도의 더 현대 서울이 실내 공원을 만들어 인기를 끌자 목동점도 매장 면적을 포기하고 정원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

소비자가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물건을 팔 수 있는 매장 면적을 포기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시간’을 뺏는 대신,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주는 셈이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 현대 서울은 1000평 규모의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꾸몄다. 실내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잠재적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자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목동점에도 800평짜리 온실 정원을 만들었다.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상반기에 2500평 규모의 미디어 아트 전시를 들일 예정이다. 한 층 전체를 전시 공간으로 쓴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시간을 들여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방문해 발길을 머무르도록 만드는 게 과제다. 소비자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쿠팡이 손흥민 경기를 중계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시간을 내서 자신의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덴 백화점·쇼핑몰뿐만 아니라 전 유통업계가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배스킨라빈스는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옥을 개조해서 매장을 만들고, 이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한정판 아이스크림을 내놨다. 매일 유업이 전북 고창군 약 10만㎡ 땅에 만든 ‘상하농원’은 식당, 체험시설, 숙박을 모두 갖춰서 ‘먹고 놀다 자기’를 한번에 체험하게 한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오뚜기 카레, 오뚜기 진라면 등 오뚜기 브랜드를 활용한 음식을 파는 분식집을 서울 강남에 열었다. SPC 관계자는 “특별하게 만든 공간에서 긍정적인 체험을 한 소비자는 이 브랜드의 제품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객의 시간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쿠팡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손흥민의 축구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것은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려는 게 아니다. 쿠팡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 ‘배민 라이브’라는 라이브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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