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로 술자리 호출.. '끼워팔기 관행' 선 넘은 은행

윤연정 2021. 4. 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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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 불러 줄 테니까 술 마셔. 요즘 1980~1990년생들은 어려서 처음 이런 자리에선 다들 저렇습니다."

하나은행의 서울 지역 현직 지점장이 대출 상담을 핑계 삼아 제3자와의 술자리에 여성 고객을 불러 이같이 말하며 술을 강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런데 그날 저녁 B씨가 갑자기 여성에게 전화해 한 횟집으로 급히 오라고 했고, 대출 상담 자리인 줄 알고 간 A씨의 손을 잡으며 술을 강권하고 막말을 했다는 게 폭로 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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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대출 파문으로 본 '은행 갑질'

신용보증재단서 대출 관련 지점장 소개
바쁘다며 상담 피하다 술자리로 불러내
인터넷에 폭로글 올라오자 대기발령 조치
소상공인 34% “코로나 대출에도 꺾기”

“대리(운전기사) 불러 줄 테니까 술 마셔. 요즘 1980~1990년생들은 어려서 처음 이런 자리에선 다들 저렇습니다.”

하나은행의 서울 지역 현직 지점장이 대출 상담을 핑계 삼아 제3자와의 술자리에 여성 고객을 불러 이같이 말하며 술을 강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출을 빌미로 한 금융권의 ‘갑질’ 관행이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하다 하다 술자리까지 끼워 파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은행들도 대출 영업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부 간부의 일탈 탓에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은행 지점장이 내 여자친구를 술접대에 이용하려 했다”는 주장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수출업을 하는 여성 A씨는 코로나19 탓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신용보증재단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받지 못하게 됐고, 재단에서는 하나은행 지점장인 B(49)씨를 소개해 줬다. 이 여성은 지난달 31일 B씨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바쁘다”는 이유로 대출 상담을 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B씨가 갑자기 여성에게 전화해 한 횟집으로 급히 오라고 했고, 대출 상담 자리인 줄 알고 간 A씨의 손을 잡으며 술을 강권하고 막말을 했다는 게 폭로 글의 주장이다. 특히 이 술자리에는 지점장이 ‘회장’이라고 부른 제3의 인물도 있어 A씨는 접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나은행은 B씨를 대기발령하고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양측 입장을 들어 봐야 하지만 현재로선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여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간부급 직원이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지점장이 직원들을 성희롱해 문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이 지점장을 다른 지역 지점장으로 전보 발령 냈다가 사내 반발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대출 고객을 상대로 갑질 영업을 하는 건 금융권의 고질적 병폐다. 대출을 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예적금 상품이나 카드 가입 등을 요구하는 끼워팔기(일명 ‘꺾기’)가 대표적이다. 은행법 등에 따르면 고객의 의사에 반해 예적금 등 은행상품의 가입을 강요할 수 없으며, 대출받은 고객에게 대출일 전후 1개월 내 다른 상품을 팔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를 당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끼워팔기가 횡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실행된 코로나19 1·2차 대출 67만 7000건 가운데 다른 상품에 함께 가입한 건수가 22만 8000건(34%)에 달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코로나19 대출 때 ‘카드가 없는 고객에게는 세일즈 포인트(판매 때 활용할 지점)로 삼으라’는 내부 메일을 돌리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저금리 상황에서 고객들 몰래 가산금리를 올려 이득을 보기도 한다. 가산금리는 신용도 등에 따라 추가로 붙이는 금리인데 소득이나 재산, 거래 실적에 변동이 없는데도 금리가 인상되는 사례가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신규 고객을 영입할 때 대출 이자를 싸게 해 놓고, 1년 뒤 연장할 땐 동일 조건이어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이 요즘 은행들의 새로운 갑질”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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