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삼성전자, 선택 강요받으면 어쩌나

미국과 중국의 세계 반도체 공급망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화웨이를 제재할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 강제로 미국에 동참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중국 사안과 쑤저우에 각각 반도체 생산 공장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주요 반도체와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 삼성전자도 초청받은 상태다.

말이 초청이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과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신규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19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텍사스주, 뉴욕, 애리조나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텍사스에 있는 오스틴 공장 증설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실제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G 이동 통신 등에 대한 협력을 요구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최대 수출국이다.

따라서 양국이 우리 정부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이 된다.

여기에 설상가상 유럽 각국이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최근 반도체 제조 기술 발전 프로젝트에 10억 유로(1조3000억원)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2조8000억원) 투자 계획을, 인텔은 200억달러(22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개의 공장을 건설, 파운드리 시장을 다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와 사업 전략을 결정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총수 부재, 외교 문제까지 발생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더욱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boyonda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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