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기회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성숙했던 양재민 "삶에 있어 당연한 것이란 없다"

민준구 2021. 4.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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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적은 출전 기회에 만족할 선수는 없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내가 이 팀에서 당연히 뛰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려 했다.”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의 양재민(201cm, F)은 원주 DB의 나카무라 타이치와 함께 한일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해외 리그 진출을 이룬 주인공이다. 한국농구의 미래이자 스페인, 미국 등 다양한 곳에서 농구 인생을 살아온 그는 바위보다 단단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B.리그 진출 이후 양재민은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더불어 신슈는 양재민과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이 많은 팀. 신인 선수 신분인 양재민은 자신을 증명할 시간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아무리 단단한 마인드를 지닌 선수더라도 코트에 서는 시간이 줄게 되면 누구나 힘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첫 프로 무대가 해외 리그인 상황.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조차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양재민은 홀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일찍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야구나 축구 등 다른 스포츠를 보더라도 오랜 프로 경력을 지닌 선수들조차 해외 리그 적응에 실패, 조기 귀국하는 사례는 많다. 만약 양재민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재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돌아보며 문제를 찾았다. 마이클 카즈히사 감독을 찾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뛸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인내한 그는 드디어 빛을 봤다. 지난 4일, 라벤가 홋카이도와의 경기에서 19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경기 MVP에 선정됐다.

양재민은 이로써 2020-2021시즌 34경기 출전, 평균 7분 58초 동안 2.6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10~12경기가 남은 현시점에서 그는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다음은 양재민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한 일문일답이다.

Q. 그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라벤가 홋카이도와의 주말 연전을 제외하면 보통 6분에서 10분 정도 뛴 것 같다. 우리 팀에 포인트가드가 2명, 슈팅 가드가 2명, 그리고 같은 포지션인 스몰 포워드가 3명이 있다. 골밑은 3명의 외국선수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지키고 있다. 일단 베테랑, 그리고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뛰고 있다. 그 다음 내가 출전 기회를 받는 상황이다.

Q. 마이클 카즈히사 감독과 출전 시간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나.
사실 감독님에게 찾아간 적이 있었다. 출전 시간을 더 얻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본 것이다. 감독님은 잘하고 있고 또 훈련도 잘 따라와 주고 있다고 했다. 중요한 건 다른 선수들도 그만큼 잘하고 있어서 출전 시간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민한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있는 만큼 동등하게 시간을 나누면 전부 리듬을 잃을 수 있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지켜봤던 선수들을 더 신뢰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더 뛰고 싶었다. 코트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Q. 스몰 포워드가 아닌 가드 포지션으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동안 가드, 포워드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감독님도 처음에는 스몰 포워드로 투입하다가 포인트가드, 슈팅 가드로 기용해보더라. 포워드로만 있으면 출전 시간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가드로도 출전시켜본 것 같았다. 최근 우리 팀에 가드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그 공백을 채우면서 좋은 기록을 냈다. 큰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Q. 몸도 약간 실전형으로 바뀐 것 같다. 근육질이었던 미국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전문 웨이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한다. 감독님부터 선수들이 나를 볼 때마다 말랐다고 한다(웃음). 다른 선수들은 시즌에 맞춰 운동을 하지만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을 소화하고 있다. 또 매주 다른 프로그램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조금은 좋아진 것 같은데 아직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하.

Q. 라벤가 홋카이도와의 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만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이클 카즈히사 감독에게 증명했다고 생각하는데.
홈에서 처음으로 2연승을 했다. 일본은 주말에 같은 팀과 연전을 하는데 홈에서 2번 다 이긴 적이 없었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님도 굉장히 기뻐했다. 또 경기 끝나고 난 후 벤치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고 해주더라(웃음).

Q.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번에 잘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웃음). 스트레스가 많아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는데 일본에서는 프로다 보니 훈련이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 외국선수들은 가족들이 미리 와 있는데 나는 혼자 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근데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꼭 많이 뛰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건 내 생각일 뿐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시선으로 볼 테니까.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했다. 기회가 주어질 때를 기다리며.

Q.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감독님도 보통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안 주면 짜증을 내거나 포기한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좋다고는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출전 기회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웃음). 나는 뛰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뛰고 싶다. 한국을 떠나 미국, 그리고 일본으로 향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오로지 뛰는 것이었다.

Q. 일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나.
일본에서의 생활은 좋지만 선수라면 경기에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대신 내가 그동안 훈련하면서 배운 모든 기술을 조금이라도 실전에서 쓰고 싶다. 남은 경기에 임하는 내 각오다.

# 사진_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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