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칭찬해보라는 주문에..박 "언변과 패션"-오 "집념과 열정"

노현웅 2021. 4.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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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재보궐선거]서울시장 마지막 TV토론
<한국방송>(KBS) 유튜브 갈무리

벌써 세차례나 마주친 탓일까. 4·7 보궐선거를 이틀 앞두고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에서 마주친 박영선·오세훈 후보는 상대방의 말머리만 듣고도 공격의 길목을 차단하고, 농담도 구사하며 예봉을 피했다. 두 후보는 서로 칭찬해보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언변과 패션’, ‘집념과 열정’을 들며 모처럼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내곡동 땅이 민생 문제? 생태탕 매출 때문에?

박 후보는 선거전 내내 오 후보를 몰아붙인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이날도 꺼내들었다. 박 후보는 자유토론과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토론 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해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오 후보가 동행했는지를 캐묻고,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전결 처리했다는 서울시 주택국장이 초고속 승진한 이유 등을 따져물었다. 그러다 민생 정책에 대한 자유토론 시간에도 내곡동 문제를 꺼내들자, 오세훈 후보가 “민생에는 관심이 없으시군요?”라며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가 “민생과 관련이 왜 없느냐”고 따지자, 오 후보는 “생태탕 때문에 관계 되나요? 생태탕 매출하고?”라며 ‘자학 개그’를 선보였다. 박 후보는 웃으며 “(연관 관계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며 관련 질문을 이어갔다.

앞서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땅 위치도 모른다”고 부인했지만, 2005년 6월 오 후보가 장인 등과 함께 내곡동 땅 측량에 입회했으며, 당일 함께 생태탕을 먹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생태탕집 아들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오 후보가 방문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자신의 거짓말 여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인 ‘생태탕’ 논란을 외려 농담 소재로 활용하며 그 의미를 축소한 셈이다.

오 후보는 이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인터뷰를 인용하는 ‘돌려치기’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입회했다는 주장에 대해 “측량 현장에 간 사실이 중요하지도 않지만, 중요하더라도 이해찬 전 대표가 ‘시장도 되기 전에 현장에 간 게 무슨 이해충돌이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말을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 묻자 “기술이 발전” 오 후보는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주로 따져 물었다. 물재생센터 등 시유지를 활용해 주택 12만4천호를 공급하겠다는 박 후보 공약에 대해 오 후보는 “물재생센터에 악취가 많이 나는데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겠느냐. 그나마 물재생센터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10년 정도 걸렸는데, 언제부터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박 후보의 답변은 ‘기술 발전’이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지난 10년간 아마 다른 일을 하셔서 그런 것 같은데, 기술 발달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전혀 이해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조금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10년 전 기술과 지금 기술은 다르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물재생센터의 악취 문제를 거듭 질문하자, 박 후보는 “악취가 왜 납니까. 기술이 발달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21분 도시 서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낡은 사고로 고민하기 때문에 답이 없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오 후보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가 있는데, 21분 도시 서울에 21개의 중심축이 생기면 4개구는 소외되는 것 아니냐. 그 곳은 어디냐”고 묻자, 박 후보는 “왜 다른 나라 선진 도시들이 15분 도시, 9분 도시, 20분 도시를 하겠느냐. 시공간 개념에 복지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낡은 행정 중심의 사고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로 칭찬 주문에 잠시 당황

두 후보는 1분 동안 서로를 칭찬해보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는 “공방이 뜨거워서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두 분이 칭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려보려고 질문을 준비했다”며 “1분 이내로 정말 칭찬할 만하다 하는 것을 칭찬해달라”고 주문했다.

먼저 답변하게 된 박영선 후보는 “저는 사실 오세훈 후보를 칭찬할 만큼 같이 공유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 가운데 어떤 부분을 칭찬해드려야 하나 고민을 했다”며 “일단 언변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패션 감각이 다른 분보다 뛰어나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스탠딩 토론을 좋아하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 토론도 그걸 굉장히 고집하셨다고 들었다”며 뼈 있는 발언도 덧붙였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집념과 열정”을 강조하며 칭찬에 화답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여성분들에게 사실 유리천장이 있다. 그런 것을 계속해서 돌파해서 4선 의원까지 하시고 또 장관까지 하시고 이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돌파해 우리 딸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는, 젊은 여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끝까지 승승장구 하셔서 대성한 정치인으로 귀감이 되어주시면 좋은 롤모델이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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