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휴대폰 완전 철수..車부품·로봇사업 강화

노현,이종혁,이승윤,홍성용 2021. 4. 5.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전자 5일 이사회서 확정
휴대폰 생산·판매 7월말 중단

◆ LG폰 철수 공식화 ◆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확정 발표했다. 누적 적자만 총 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외 매각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사업 철수를 택했다. 이로써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LG 휴대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7월 31일자로 MC사업부문의 생산과 판매를 종료하고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LG전자는 공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 왔다"고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LG전자는 통신사 등에 계약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할 예정이다. 사후 서비스도 계속하기로 했다. 협력사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협의할 예정이다. MC사업본부 소속 직원은 다른 사업본부와 LG 계열 회사 인력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한다. 스마트폰 사업 종료와 별개로 6G 등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지속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미래 사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LG전자의 사업 구조 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 가전과 전장 사업, 로봇 사업을 포함한 기업 간 거래(B2B) 등 미래 지향적인 신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애플·中 3총사 공세 거센데…삼성만 남은 韓휴대폰업계 위기감

피처폰 집중하다 스마트폰 놓쳐
결국 LG전자마저 폰사업 접어
K스마트폰 생태계 붕괴 우려

삼성, 글로벌점유율 1위지만
이익은 애플의 5분의 1 그쳐
中 OVX도 '두자리 점유' 위협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5일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 직원이 진열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를 해체하면서 'K스마트폰'은 대·중소기업을 통틀어 사실상 삼성전자 홀로 남았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오며 삼성전자, 한국 스마트폰 생태계의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LG폰의 26년 역사는 1995년 내놓은 '화통(話通)' 휴대폰에서 시작했다. 이어 무선통신 서비스가 본격 개화하며 LG전자의 개인휴대 통신 서비스(PCS) 폰 브랜드인 '싸이언(CION, 이후 CYON으로 개명)'이 등장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2000년대 중반 싸이언(CYON)부터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수많은 피처폰 히트작으로 영광을 구가했다. 2010년 3분기엔 전 세계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하면서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휴대전화 시장 3위에 올랐다.

그 영광의 시절이 LG전자에는 역설적으로 독이 됐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이며 전에 없는 스마트폰 대격변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대응을 위해 히트작 애니콜 시리즈를 과감히 버리고 갤럭시로 전환하며 고통의 시간을 버텼다. LG전자는 피처폰 영광에만 집착했다.

LG전자는 2009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첫 번째 스마트폰 '안드로-1'을 내놨다. 이어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로 시장을 두드렸다. 그러나 시장은 안드로이드 OS의 삼성전자와 iOS의 애플로 양분됐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적자 전환해 작년 말까지 23분기 연속, 누적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MC사업본부는 잦은 전략 수정으로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도 구축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MC사업본부를 거쳐간 수장은 4명(조준호·황정환·권봉석·이연모)으로 재임기간이 평균 1년여에 불과하다.

이제 홀로 남은 K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위상도 이전만 못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400만대를 판매해 23.1%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애플은 2300만대(점유율 22.2%)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중국의 'OVX' 3총사인 샤오미(X)와 비보(V), 오포(O)가 각각 11.5%, 10.6%, 8.5% 순으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엎치락뒤치락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올해 2월 성적은 조기 출시한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의 효과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이익점유율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애플이 79.7%, 삼성전자 15.7%로 차이가 크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번 돈 중 80%를 애플이 독점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정체를 겪으며 점차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매출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2013년 4월 출시된 갤럭시S4는 첫해에만 4600만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갤S21 시리즈에 대해 업계는 올해 판매량을 최대 2500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흔들리고 있지만 OVX 3총사는 전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체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임수정 카운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LG전자의 글로벌 판매량 80% 이상은 북남미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모토롤라가 LG의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수 있겠지만 남미에서는 샤오미, 오포와 같은 중국 브랜드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간 스마트폰 2000만~3000만대를 판매하던 LG전자의 사업 철수는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국내 부품·소재 협력사들에는 대형 고객사가 삼성전자만 남았는데 삼성마저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도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2분기부터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았던 국내 협력사들은 당장 삼성전자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맞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종혁 기자 / 이승윤 기자 / 홍성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