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후위기 교육' 강화 홍보하더니..서울시교육청, 환경교사 선발 후 엉뚱 배치
[경향신문]

별도 규정 과목이지만 ‘환경’ 교사 선발 후 공업 수업에 배치
올해 기후위기 등 교육 위해 뽑은 8명 중 정식 발령은 3명뿐
서울시교육청이 기후위기 등을 감안해 환경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선발한 ‘환경’ 과목 교사들이 이름은 비슷하지만 교과 내용이 판이한 ‘환경공업’ 과목 수업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교사들은 이런 배치를 두고 ‘국어’ 교사를 뽑아 ‘사서’ 교사로 활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시교육청이 주관한 ‘2021학년도 임용시험’에서 환경 과목 교사로 선발된 A·B씨는 현재 특성화고에서 ‘환경공업’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특성화고인 C고교에 배치돼 대기관리, 수질관리, 환경화학기초, 제조화학이론·실습 등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과 환경공업은 엄연히 다른 과목이다. 환경은 인문계고에서, 환경공업은 특성화고에서 가르친다. 환경은 기후변화 개선 등과 관련된 기술적 내용뿐 아니라 환경 정의, 환경 감수성 등 인문학적 학습을 포괄한다. 반면 환경공업은 폐수 관리, 폐기물 처리, 대기오염 방지 등 환경의 공학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부 고시인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기준’(행정규칙)도 두 과목을 별도로 규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몇 년 전 두 과목 자격증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다”면서 “논의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두 과목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반대했다”고 했다.
A·B씨를 환경공업 과목에 배치한 것은 시교육청이 공표한 방침에도 배치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6월 ‘생태전환교육 중장기발전계획’(2020~2024)을 발표하면서 다른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육부에 환경 교사 확충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같은 해 10월 2021학년도 임용시험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환경 과목 교사 2명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경준 숭문중 환경 교사는 “두 교사의 특성화고 환경공업 과목 배치는 가정 교사를 영양 교사로 배치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학습권 침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교육청이 환경 과목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것 아닌가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환경 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늘 ‘찬밥 신세’였다. 환경부가 지난해 발표한 ‘녹색전환 촉진을 위한 국민환경역량 제고방안’ 보고서를 보면 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 중 79%에서 전공과 무관한 교사가 교육을 담당했다. 올해 선발된 환경 교사가 엉뚱한 교육 현장에 배치된 것이 서울만의 일도 아니다. 환경교사모임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환경 교사로 선발된 8명 가운데 환경 과목 교사로 정식 발령을 받은 사람은 3명에 그쳤다. 나머지 5명은 중학교 자유학년제나 고교학점지원센터 파견 등으로 2~3개 학교를 순회하며 다른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C고교에서 예전에 해당 과목을 가르치던 기간제 교사도 환경교육과를 전공한 분이었다”며 “임용시험 계획을 발표하기 전 C고교에서 환경 교사 충원 요청이 들어와 2명의 선발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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