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3100가구 공시가 40% 급등..대부분이 서민주택

김태준,이축복 2021. 4.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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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등 저가주택에 더 타격
서초 기초연금 대상 7% 탈락
반포 훼미리, 거래여부 따라
같은층·면적 공시가 20%差
임대아파트 공시가격이
분양아파트보다 더 높아
시세보다 비싼 공시가 속출

◆ 엉터리 공시가 천태만상 ◆

제주특별자치도와 서울 서초구가 밝힌 사례들을 보면 공시가 산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가령 서울 서초구 반포 훼미리아파트에서는 거래 사례 유무에 따라 101동과 102동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달라 종합부동산세 대상 여부가 엇갈렸다. 거래가 없었던 101동은 공시가격이 14.9% 올라 8억900만원이었는데, 최근 14억원에 거래된 102동은 공시가격이 29.5% 올라 9억6700만원에 달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층, 같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복불복으로 공시가가 20%나 차이가 난 것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추월한 사례도 나왔다. 작년에 준공된 서초동 B아파트 전용 80㎡는 최근 거래가가 12억6000만원이었는데 공시가격이 15억3800만원으로 책정됐다. 1984년 준공된 잠원동 D아파트 전용 117㎡도 최근 거래가가 17억3300만원이었는데 공시가격은 18억7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런 공시가 역전 현상은 주로 신규 아파트거나 소규모 단지라 거래가 적은 경우에 발생했다.

고무줄 공시가격 산정은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공시가격 급등은 저가 주택에 집중돼 있었는데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빌라나 단독주택이 많았다. 서초구는 평균 공동주택가격 상승률인 13.5%를 3배 이상 초과하는 주택이 총 3101가구였는데, 그중 대부분이 다세대와 연립 등 서민 주택이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급등하면 각종 복지 혜택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저가 서민 주택은 지난 3년간 거래 사례의 평균으로 공시가 인상이 적용돼야 하고, 상한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시가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노인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결정하는 63개 행정지표로 쓰이는 중요 데이터다. 공시가 상승으로 올해 서초구 기초연금 대상자 1426명 중 105명(7.3%)의 자격 중지가 예상된다.

심지어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공시가가 역전돼 임대아파트가 분양아파트보다 더 높은 사례마저 발생했다. 서초구 우면동 소재 LH 5단지 아파트(임대)와 인근에 위치한 서초힐스 아파트(분양)가 주인공이다. LH 5단지는 땅 소유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있고, 집주인은 건물만 소유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아파트다. 입지가 비슷한 두 아파트라면 당연히 땅과 아파트 소유권을 모두 가진 분양아파트 공시지가가 높아야 하지만 LH 5단지의 공시가격은 10억1600만원이었고, 서초힐스는 9억8200만원이었다. 같은 전용 84㎡를 비교한 것이다.

이는 임대아파트 소유주가 LH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을 것이라는 점과 향후 분양 전환 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도 업무 담당자가 행정 권한을 이용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담당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어이없는 공시가 산정에 주민들은 이미 이의 신청에 나섰다

제주도에서는 동일한 아파트 단지의 같은 동인데 라인에 따라 공시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례 등이 발견됐다. 가령 제주도 모 아파트의 한 동은 2번째 라인에 있는 주택들 공시가격이 11%가량 하락한 반면 4번째 라인의 공시가격은 6~7% 올랐다. 같은 동이라도 조망에 따라 특정 라인의 시세나 공시가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상승과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비상식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 주택의 1라인과 4라인은 33평형, 2라인과 3라인은 52평형으로 면적이 다르다"며 "52평형은 2019년 대비 2020년 실거래가격, 민간·부동산원 시세가 하락했고, 33평형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적이 다른 점을 감안해도 전 평형의 실거래가가 해당 기간 상승 추세임을 고려할 때 1, 4라인의 공시가 하락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주도 측 입장이다.

검증을 맡은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은 "이 아파트의 모든 동, 전 평수에서 시세가 상승했다"며 "국토부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52평형은 2018년 고점을 찍고 2019년에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2020년에는 다시 상승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52평형의 실거래가가 8억원에서 7억85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으나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평형의 실거래가는 작년 10월 8억원을 회복한 뒤 12월엔 8억1000만원의 계약 2건이 발생했다. 국토부가 밝힌 거래는 12월 17일 7억8500만원 거래인데, 직후 12월 26일 8억2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실거래 기준으로 봐도 국토부 설명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세 지표를 참고한다 해도 두 라인의 공시가격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52평의 KB 시세(일반평균가)는 1.8% 떨어졌고 부동산원 시세(하한가)는 0.3% 상승했다. 이 밖에 같은 단지 내 아파트에서 동에 따라 공시가격이 30% 상승하거나 전혀 상승하지 않은 곳도 있다.

부동산원의 부실한 현장조사가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제주공시가격검증센터가 조사한 결과 총 11개의 공동주택은 주택이 아니라 숙박시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산업으로 유명한 강원, 인천, 충북에서도 숙박시설로 의심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사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국 지자체에서 현장 검증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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