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통할 혁신신약 '0'..이대론 K바이오 사상누각"

김병호 2021. 4.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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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build 글로벌 넘버원 K바이오 좌담회 ◆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백신·치료제 출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다양한 질병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이 될 만한 신약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미래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해외에서 연구와 사업 경험이 풍부한 국내 바이오 업체 대표 3인의 전문가 지상 좌담을 통해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반도체나 차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늦은 시장 진입으로 개발도상그룹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K바이오가 성장했지만 세계를 선도할 혁신신약 개발 수준은 많이 뒤떨어져 있다."(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중국의 바이오 기술 진보가 빨라 K바이오와 격차가 잠식당할 수 있다."(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

좌담에 참석한 인사들은 최근 K바이오가 수차례 기술수출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가 큰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완성하는 등 획기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등 장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업체마다 자금이나 기술 인력 부족 등으로 처음부터 깊이 있는 연구를 시도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종신연구원을 지낸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정부의 많은 투자가 바이오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했지만 특정 분야에서 장기간 투자를 통한 깊이 있는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며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지지 못한 데다 전문 인력 부재, 정부 규제 등이 복합돼 선도적인 신약 개발은 당장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바이오텍에서 임원을 지낸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신약 개발을 위해선 글로벌 임상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해외 규제기관을 설득할 만한 임상시험 프로토콜 설계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19년간 교수를 지낸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은 "바이오는 성과나 목표에 대해 과장이 심하고 미래 장밋빛 공약이 과학적 근거에 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K바이오 신뢰도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이오 업계 질서 교란이 신약 개발 등 오래 걸리는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도 "바이오는 증시 상장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측면이 많아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혁신 신약 개발은 국내에서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며 "주가 등락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안 되면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약 개발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정부 지원과 업계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산학협력의 경우 성과를 내려면 인재 육성과 선행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며 "대학은 연구 결과에 기반해 특허를 자산화하고 이를 스타트업 운영 지원에 쓰면서 연구 재원 확보에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가가 실용화·상용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책과제 선정이나 심사를 엄격히 해서 그 결과물 수준을 계속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발전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는 "제약바이오가 발전하려면 인력과 자본, 기술,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중국은 이 모든 점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뤄냈다"며 "인력 확보의 경우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에서 검증받은 많은 전문가들을 유치해 바이오산업 기초 역량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51만9400명의 풍부한 인력이 중국 바이오 특허 출원이나 신약 승인 등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도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유치 전략에 따라 고급 인력들이 귀국하면서 중국의 바이오 기술력과 연구 수준은 이미 우리를 앞서 있다"고 털어놨다.

고 회장은 "유전자 치료제는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분야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여기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이 있는지 판별하기 어렵다"며 "암이나 희귀질환, 당뇨, 퇴행성 신경질환, 감염병 등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연구되는 기술은 정부 과제를 받아 실적을 내기 위한 것이 많아 업계로선 사업화를 위한 경쟁력이 높지 않다"며 "과제평가 기준을 바꾸는 등 사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 회장은 "바이오협회 차원에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글로벌 밍글(Global Mingle)'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한 대사관 등 외국인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 설명 행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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