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해외에서 '별'이 되다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에 직접 성과 밝혀
전년도 26%에서 급성장 , 2위 18%와 2배
위기에 발빠르게 '넥스트 노멀' 전략으로 대응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가 은행·보험 등 국내 대형 금융사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 중 무려 3분의 1 이상을 현대캐피탈이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침체된 경기 상황이라는 위기 속에도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준비하며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재편한 성과로 풀이된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은 5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의 금융사들이 지난해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세후 이익은 총 1조 9,000억 원, 그중 37%인 7,050억 원을 미국·중국·영국·독일·캐나다·브라질에 있는 현대캐피탈 해외 법인들이 벌어서 2위와 두 배 정도의 격차로 금융 해외 이익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9년 국내 금융사의 해외 당기순이익 중 26%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1%포인트나 더 상승해 국내 대형 금융지주 A사(18%)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 45억 원 중 해외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7,049억 원으로 전년도 4,221억 원에 비해 67%나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이 1조 45억 원 중에 해외 비중은 전년도 60%에서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70.2% 차지할 만큼 현대캐피탈의 성장을 해외 법인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자산에서도 해외 법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국내 자산은 30조 3,762억 원으로 2019년(28조 8,366억 원)에 비해 5.3% 늘어난 데 그쳤다. 반면 해외 법인의 자산 규모는 2019년 50조 8,184억 원에서 지난해 56조 4,290억 원으로 11.4% 증가하며 성장률이 두 배 정도 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빠르게 경영 전략을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되자 현대캐피탈은 11개국 15개 해외 법인에 전시 상황을 선포했다. 자동차 판매가 급감함에 따라 리스·할부 등 차량 구매에 필요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현대캐피탈에는 대형 악재가 떨어졌다.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 본사의 영업, 리스크, 경영관리 담당자들이 매일 해외 법인과 화상으로 머리를 맞대며 논의했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나섰다.
닥쳐올 위기를 성장률·실업률·가계소득 등 거시 경제 지표에 따라 세분화해 시장별 상황에 맞게 3단계로 나눠 법인들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 정립해둔 비상계획을 코로나19 위기의 성격에 맞게 재구성했다”며 “전 세계를 강타한 재난인 만큼 통합적 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해 각 법인이 침착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현대캐피탈은 코로나19로 완전히 달라진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 판매 및 운영 방식, 리스크 관리 등 비즈니스의 전 영역을 재정비했다. 우선 디지털 비대면 거래가 전 산업 영역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만큼 전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힘을 쏟았다. 문서를 작성해 팩스를 보내 상담부터 승인까지 사나흘 걸리던 과정을 전자 계약으로 전환하자 고객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 모든 채널에 디지털화가 접목돼 전화 상담도 대화식 음성 응답,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챗봇 등을 도입해 고객 편의성은 높이고 서비스 운영 비용은 줄였다. 현대캐피탈미국의 경우 대출 심사 인력이 2018년 121명에서 지난해 100명으로 17% 넘게 줄었고, 고객 1인당 관리 비용도 같은 기간 21%가량 줄었다.
해외 법인의 디지털화에는 본사 디지털사업본부의 개발 인력과 오퍼레이션 관리 인력이 투입됐다. 본사의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법인의 디지털화를 추진,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겠다는 보수적 접근이 아닌 공격적 확장에 나선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며 개인 차량에 관심이 늘어나자 현대캐피탈은 이들의 금융 니즈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 리스 상품에 가입해 만기가 도래했는데 반납을 하면 새 차를 살 수 없는 고객은 기간을 ‘연장’해주고, 새로 가입하는 고객은 가입 후 3~6개월까지는 비용을 내지 않도록 ‘유예’하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낮은 신용도로 심사에서 탈락해 자동차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구매 기회 제공 프로그램(POP)’을 마련했다. 보다 정교한 분석을 통해 신용도를 재평가해 신용 등급이 낮은 고객도 자동차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매월 700명이 넘는 프라임 이하 등급 고객이 금융 상품을 이용하며 예상보다 낮은 연체율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차량 딜러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워킹 캐피탈’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며 금융 상품까지 함께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딜러 지원 프로그램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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