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구내식당 '단체급식 일감' 30년만에 외부 개방

조계완 2021. 4. 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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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등 8개 재벌그룹이 구내식당 단체급식 일감을 내년부터 외부에 순차 개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삼성·현대차·엘지 등 8개 재벌그룹의 최고경영자와 함께 서울 마곡에 있는 엘지(LG) 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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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CJ·삼성·현대차·현대중·신세계·LS·현대백화점 '개방' 선포
내년에 개방되는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은 1조2천억 어치
서울의 한 기업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삼성·현대차 등 8개 재벌그룹이 구내식당 단체급식 일감을 내년부터 외부에 순차 개방한다. 연간 1조2천억원에 해당하는 사업 규모다. 해당 사업은 대체로 계열사나 친족 기업이 도맡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삼성·현대차·엘지 등 8개 재벌그룹의 최고경영자와 함께 서울 마곡에 있는 엘지(LG) 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내년에 개방되는 일감 물량은 총 1조2천억원(약 1천만식)이다. 전체 단체 급식 규모(약 1억9300만식)의 5%에 해당한다.

시장 개방 방식은 그룹마다 조금씩 다르다. 엘지는 전면 개방 원칙을 제시했다. 4천만식 이상을 내년부터 순차 개방한다. CJ는 구내식당 일감의 65% 이상(367만식)을 개방한다. 삼성전자는 2개 사내식당(수원 3식당, 기흥 남자기숙사 식당)을 우선 개방한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장의 경우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한해 경쟁입찰을 시범 실시한다. 연수원·기숙사·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은 모두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찾는다.

개방 대상을 중소업체나 지역업체에 초점을 맞춘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부터 울산 교육·문화시설 내 식당을 중소 급식업체에 문을 연다. 이미 42개 사업장(그룹 일감 21%)을 중소기업에 개방한 신세계도 개방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린다. 엘에스는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하고, 현대백화점은 김포·송도 아울렛 직원식당부터 지역업체에 개방한다.

공정위는 “8개 재벌기업이 먼저 기숙사·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천만 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공장·사무실 등 대규모 사업장까지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일감 개방 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감 개방에서 사업장 인근의 지방 중소 급식업체 등을 우선 고려하고, 직원들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1990년대에 위탁급식이 등장하면서 영리사업 성격으로 변모한 대기업 단체급식 시장은 재벌그룹 계열사나 친족기업들한테 수의계약으로 폐쇄적인 내부거래 관행이 30년 넘게 지속돼 왔다. 일정 시설을 갖추면 중소기업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진입장벽은 낮은 편인데도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토대로 시장을 독점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웰스토리(삼성)와 아워홈(LG)다. 삼성웰스토리(옛 삼성에버랜드)는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2019년 현재 업계 1위(점유율 28.5%) 사업자다. 연간 6천만식(약 5천억원)의 일감을 주는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공장 설립 이후 공장 증설 때마다 단체급식을 삼성웰스토리와 수의계약해 왔다. 아워홈도 친족관계인 엘지 및 엘에스그룹과 오랫동안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해 왔다. 현대그린푸드나 씨제이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도 계열사나 친족그룹 일감을 쓸어가며 덩치를 불려왔다.

공정위는 “3년여에 걸쳐 단체급식 분야 부당 내부거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에 대기업 스스로 일감 개방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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