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LH 직원 첫 구속영장 신청

[LH 직원 투기 논란]"제3자 명의 구매하고 미공개 정보 지인들과 공유"

지난달 9일 오후 경기도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엘에이치 임직원 새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새도시 땅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광명·시흥 새도시 사업 추진 핵심부서에 근무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에 대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엘에이치 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전·현직 직원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5일 “업무상 비밀이용 등 혐의로 현직 엘에이치 직원 ㄱ씨를 포함한 2명의 구속영장을 지난 2일 신청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고발이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3기 새도시 땅을 많이 사들여 이번 투기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일명 ‘강사장’보다 더 핵심적인 인물로 꼽힌다.

ㄱ씨와 주변 지인들은 강씨 등보다 앞선 2017년 3월부터 36명의 명의로 2018년 12월까지 22개 필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토지는 광명시 노온사동에 집중됐는데, 3기 새도시 중심에 있는 핵심 토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ㄱ씨가 내부 미공개 정보를 직접 활용하고 주변에도 건네 땅 투기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초 ㄱ씨는 3기 새도시 개발부서에 근무했는데, 새도시 예상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자신 명의 대신 가족과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였는데, 각각의 구매 시점이 ㄱ씨 근무처에서 특정 개발 관련 결정 사항이 확정될 시기와 맞물려 있어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해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ㄱ씨가 3기 새도시 ‘원정 투기’ 의혹이 제기된 엘에이치 전북본부 관련자와 전북지역 의사들에게 광명·시흥 새도시 개발 정보를 건넨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ㄱ씨가 강씨 등에게도 개발 정보를 건넸는지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ㄱ씨의 이러한 투기 의혹은 강씨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비슷한 시기 3기 새도시에서 이뤄진 토지 거래 내역을 전수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강사장’ 등 15명은 광명·시흥 새도시 토지를 매입한 것은 2017년 9월부터 2020년 사이다. 이들은 주변 지인까지 더해 28명의 명의로 14개 필지를 사들였는데, 주로 광명 옥길동과 시흥 과림동, 무지내동 등 3기 새도시 외곽지역에 분포돼 있다.

한편 경기남부청은 현재 38건의 투기 의혹에 연루된 159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경찰의 자체 수사로 드러난 의혹은 모두 24건에 93명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