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생산 밀리고 유럽에선 접종 보류..수모 겪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재원 기자 2021. 4. 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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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건부 백신 공장에 "얀센 백신만 생산"명령..전문가들 "백신 접종 계속해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본사 건물. EPA/연합뉴스 제공

이달 1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보건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 승인한다고 해도 그 백신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의 백신을 동시 제조하던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공장에서 얀센 백신만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억620만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 지난 2일(현지시간) 1억명을 돌파했다. 미국 전체 인구 3억3000만명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2회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6140만명이다. 하루 평균 약 308만명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목표였던 1억명 백신 접종을 74일 만에 넘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 2억명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크게 속도를 내는 상황에 접종에 필요한 공급량도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 5일 블룸버그의 ‘코로나19 백신 추적기’에 따르면 1억 6500만명 분의 백신이 미국에 공급됐다. 1주에 약 300만명 분의 백신이 공급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공급될 백신 계약량까지 따지면 미국 인구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러 제약사와 맺은 백신 계약량이 미국 인구 수를 넘어선다. 12억 1000만명 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화이자 각 3억만명 분, 노바백스 1억 1000만명 분, 얀센과 사노피 각 1억명만 명분이다. 여기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분량을 제외해도 이미 미국 인구를 훌쩍 넘어선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유럽에서 접종 후 혈전 발생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무리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제한 및 일시중단

미국 내 백신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급히 도입해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과 관련한 논란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백신을 맞은 후 혈전 발생사례들이 보고되며 유럽 내 일부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0살 이상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제한시켰다. 독일 백신위원회는 이날 “희귀하지만 혈전 부작용의 발생에 보고가 이어져 60살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장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부작용은 주로 60살 미만에게서 접종 후 4~16일 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내 의약품 평가와 승인을 담당하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달 18일 혈전 발생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간의 관계가 없다는 발표에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한 독일이 다시금 백신 접종을 제한한 것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추가 조사 후 중단 조치를 해제할 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기저질환자와 노약자는 백신 접종 서둘러야"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5일 0시 기준 96만 2730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는데, 이 중 85만6006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나머지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다. 이 백신들 외에도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의 백신도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도입이 예정돼 있을 뿐 명확한 공급시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범정부 백신 도입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 여타 백신에 대해서도 총력을 다해 조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에서도 논란이 많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신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의 백신을 기다리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선을 긋는다. 어떤 백신이든 접종을 서둘러 고위험군이나 감염 우려층에 접종해 최대한 빨리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당국에서 예방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기저질환자와 노령자부터 접종하는 이유가 코로나19라는 병 자체가 기저질환자와 노약자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방역을 소홀히 하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언젠가는 대부분이 한 번은 감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접종을 받지 않는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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