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보다 하차감".. 수입차 점유율 역대 최고
지난 3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 3만대…연간 수입차 판매 30만대 전망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중요하죠. 서비스 대응도 뛰어나고요."
최근 국산 브랜드 차를 구매하려다가 BMW 신형 3시리즈를 구매한 김모(32)씨는 "BMW 전시장에 갔을 때 백화점 VIP가 된 것처럼 대접해줘 마음이 바뀌었다"며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 수입차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둔 수입차 업계의 기세가 무섭다. 자동차 구매 비수기라는 지난 2월, 수입차 판매가 역대 2월 중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집계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연간 수입차 판매는 사상 처음 3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새로 등록된 수입승용차는 2만7297대로 지난달(2만2290대)보다 22.5%, 지난해 3월(2만304대)보다 34.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14만971대로 전년 동월대비 6.7% 감소했다. 1분기 신규 수입차 등록 누적대수는 7만1908대로 지난해보다 31.5% 늘었다.
3월 판매량을 브랜드별로 보면, E클래스를 앞세운 메르세데스-벤츠가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한 7597대를 판매해 1위를 지켰다. 6012대를 판매한 BMW와 2737대를 판매한 아우디도 전년대비 판매량이 각각 25%, 137% 늘었다. 폭스바겐은 52% 늘어난 1628대를 판매했으며 지프는 지난 달 1557대를 판매하며 한국 시장 진출 9개월 만에 월 최다 판매를 경신했다.
지난 3월 테슬라 판매도 크게 늘었다. 테슬라는 수입차협회에 등록돼 있지 않아 통계에 집계되지 않지만, 국토교통부 차량 신규등록대수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한 결과, 지난달 3194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테슬라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는 3만대를 넘었는데, 이는 월별 최다 판매기록인 지난해 12월(3만1419대) 실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복 소비'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차급으로 불리던 소형·중형차 대신 대형·수입차 구매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형 이하 차급 판매는 78만7967대로, 전년(86만6434대) 대비 9.1% 감소했지만 중·대형급 판매는 8만6748대로, 2019년(42만7705대) 대비 32.7% 급증했다. 크고 비싼 모델 구매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도 17%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입 브랜드의 사후서비스 인프라가 확대되고 국산 브랜드와 가격차가 줄어든 것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수입차 구매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사후관리를 위한 센터나 부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몸집을 키운 수입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서비스센터를 늘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다양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확대됐다.
동시에 수입차 브랜드들은 차 가격을 낮추면서 국내시장 점유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폭스바겐은 수입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며 현대차의 아반떼와 쏘나타 수준으로 가격을 내려 신형 제타를 출시했고, 볼보도 마일드하이브리드 엔진이 적용된 신형 모델들의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60만~440만원 낮췄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판매부진모델을 3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며 정찰제를 유지하던 테슬라마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수입차 업계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지난달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 한국GM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0~50%씩 급감했고,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의 내수 판매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수입차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이미 중견 3사는 자리를 빼앗겼고 현대기아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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