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전격 개방..'1조2000억원 규모' 시장 열려

세종=최효정 기자 2021. 4.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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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단체급식 시장 전격개방…공정위, ‘일감개방’ 첫 성과
그간 상위 5개기업 80% 과점…내부거래 관행 버리고 경쟁입찰로 전환
삼성, LG, CJ 등 8개 대기업 참여…품질 유지위해 순차적 개방

대기업 단체급식 시장이 전격 개방된다. 대기업들이 그간 계열사나 총수일가 친족회사에 구내식당 일감을 몰아주던 관행을 버리고 일감 개방을 위해 단체급식 시장을 경쟁입찰로 전환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일감 개방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이 참여했다.

LG는 자사 단체급식 시장을 순차적으로 전면 개방하고, CJ는 급식 시장의 약 65%를 경쟁 입찰로 전환해 순차적으로 일감을 나눠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간 대기업 자회사 등에 독점되던 약1조2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중소기업 등에 문이 열린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부터 자율준수 등이 아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일감 개방을 이끌어낸 것은 이번이 첫 성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한 뒤 구내식당에서 배식받고 있다./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8개 대기업집단은 5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갖고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성욱 위원장과 함께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 현대자동차 장재훈 대표, LG 권영수 부회장, CJ 김홍기 대표, 이마트 강희석 대표 등 대기업 CEO가 모두 참석했다.

단체급식이란 산업체의 공장이나 사무실, 연구소,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특정 다수인에게 지속적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입 초기에는 직원 복리후생 차원의 비영리 급식 형태로 운영되다가, 1990년대 위탁급식 형태의 등장으로 영리사업 성격으로 변모했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계열사나 친족회사인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이들 업체가 계열사나 친족회사와의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독립 기업들이 성장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이낙연 전 총리가 공정위에 직접 단체급식 시장 구조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행으로 독과점 폐해가 가장 심한 업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총리실은 "5조원 규모로 알려진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서 대기업 6개와 중견기업 5개가 80%를 독식하고 나머지 1조원을 놓고 중소기업 4500여개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찾을 것을 공정위에 주문했다.

공정위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 신설에 맞춰 전문인력을 확보하자마자 본격적으로 단체급식 분야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3년여에 걸쳐 계약형태, 영업이익률, 지분구조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급식 시장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대기업집단 스스로가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과의 고착화된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건은 삼성그룹의 부당지원 혐의다. 공정위는 조만간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삼성그룹 계열사를 제재할 예정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19년 기준 매출액의 38.3%를 계열사 일감으로 올린 회사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 처리와 삼성의 일감 개방 참여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들이 단체급식 일감 개방에 동의한 것은 경쟁을 통한 품질 상승 등 순효과를 위해서라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그간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계열사나 친족기업에 일감을 나눠줬고, 이러한 거래관행이 30년 넘게 지속됐으나 이를 경쟁입찰로 전환할 경우 급식 만족도 등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직원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은 LG와 CJ다. LG는 전면개방 원칙 하에 4000만식(食) 이상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CJ는 65% 이상(370만식)을 순차 개방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표명했다. 참여 기업집단들은 먼저 기숙사,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들을 대상으로 내년에 약 1000만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나 일반 개인회사의 급식 질 보다 대기업 계열사의 품질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게자는 "수준을 유지하며 바꿔가야 하기 때문에 순차적인 개방 방식을 택했다"면서 "급작스럽게 전면 개방한다면 급식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숙사나 연구소 등을 거점으로 순차적으로 넓혀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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