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속 요구불예금 급증.. 은행권 "돈 쓸 곳이 없네"

이윤정 기자 2021. 4.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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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래 요구불예금은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주지 않고도 대출 영업에 쓸 수 있어 은행들이 좋아하는 돈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탓에 늘어나는 요구불예금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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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래 요구불예금은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주지 않고도 대출 영업에 쓸 수 있어 은행들이 좋아하는 돈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탓에 늘어나는 요구불예금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을 잘 굴려야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이자도 늘어나는 만큼, 이 추세대로라면 예금 금리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56조48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638조2397억원)보다 18조2443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609조2868억원)까지만 해도 전월(615조5798억원)보다 6조원가량 감소했었지만, 2월 28조9529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말 증가분까지 합하면 두 달 새 47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이민경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에 불과해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이용해 대출 영업을 하는 만큼, 고객에게 주는 예금 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진다. 즉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한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은행 입장에서 이자이익을 올리기 쉬운 셈이다. 실제 지난해 은행별 이자이익을 살펴보면 요구불예금, 단기저축성예금(MMDA) 등 저원가성 예금 규모에 따라 성과가 갈렸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요구불예금 급증세는 마냥 반기기 어렵다고 은행권은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각 은행이 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각 대출의 우대금리와 한도를 축소했고, 이에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3조~4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요구불예금이 41조원가량 늘어난 반면, 가계대출은 이보다 4분의 1 수준인 1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저절로 늘어나는데도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기업대출보다는 부동산 담보가 있고 소액 신용대출이 가능한 가계대출의 위험성이 더 적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더 선호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보니 요구불예금이 급증하는데도 쌓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올 들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13조원, 대기업 대출은 3400억원 증가했다.

그래픽=이민경

대출 증가 속도에 비해 요구불예금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예금 금리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그에 따른 수익으로 고객들에게 금리를 줄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높은 금리를 주기 어렵다"며 "최근 급여통장 등 요구불예금과 비슷한 예금상품에 높은 금리를 주는 특별판매 이벤트가 실종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구불예금이 쌓여 금리가 낮아지면 고객 입장에서 좋은 점도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역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반영돼 상승 또는 하락한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과 달리, 코픽스는 지난 2월까지는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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