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가족 언제나 만나나'..광주 이산가족 1년여 만에 망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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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지 말고, 살아계셔야 해요. 고향 땅에 차린 제사상에 절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소."
오건웅(78)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복잡하지만, 무엇보다도 북이 결단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며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고향 땅이 아니라 북녘땅에서라도 차례상을 한번 차려 절을 올렸으면 하는 게 우리들의 소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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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먼저 가지 말고, 살아계셔야 해요. 고향 땅에 차린 제사상에 절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2019년 추석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광주지역 실향민들의 망향제가 1년여만인 5일 한식날 어렵사리 재개됐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실향민들은 마스크를 올려 쓴 얼굴을 맞대며 "먼저 가지 말고 살아계시라"는 안부를 전했다.
다음 이산가족 상봉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오래 살아 가족의 얼굴 한 번이라도 보고, 고향 땅을 밟아보고 가시라는 당부다.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는 해마다 추석, 한식 즈음 광주 북구 장등동 망향의 동산에서 '망향제'를 지냈다.
가지 못하는 고향에 제를 올리는 행사에 해마다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참석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는 그냥 넘길 수 없어, 방역 수칙을 문의한 뒤 100여명의 참석자들을 줄이고 줄여 20여명이 참석해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1세대 실향민들을 위주로 초청했지만, 대부분 80~90대 노령에 참석하지 못하고 빈자리는 새터민 새 식구들이 채웠다.
망향제의 축문(祝文)에는 '남과 북으로 분단돼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70년 동안 오도 가도 못하고, 부모·형제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고, 소식조차 전하지 못한 이 애환의 마음을 무엇으로 형언하겠느냐'는 구구절절한 실향민의 애환이 담겼다.
또 '항상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지만, 이러한 기쁨을 느껴본 기억이 아득하다'며 '우리 이북 도민은 이산의 통한 속에 이제 백발이 다 돼 이 자리에 섰다'고 장기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중단의 아쉬움도 적혔다.
망향제가 열린 광주 북구 장등동 '망향의 동산'에는 400여 기에 달하는 실향민의 묘소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70여년의 세월 동안 이제 남은 이산가족 1세대는 20명 남짓, 그마저도 대부분 노령에 1세대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다.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상봉이 장기간 지연되는 상황이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1·4 후퇴 당시 남으로 내려온 명상엽(90)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여동생들을 이름만으로, 옛 주소만으로 찾을 수도 없고 생사도 모른다"며 "북녘 고향 땅을 방문해 수소문하고 싶어도, 이산가족 1세대들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가족들과 연을 이을 마지막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옴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이 모여 이산가족의 재회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는 소식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희소식을 이산가족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오건웅(78)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복잡하지만, 무엇보다도 북이 결단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며 "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고향 땅이 아니라 북녘땅에서라도 차례상을 한번 차려 절을 올렸으면 하는 게 우리들의 소원이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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