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의 남다른 경영승계..주식, 증여 대신 대출 담보로

2021. 4.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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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화재의 3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 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주고 수증인이 증여세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 잠재 수증인이 돈을 빌리는 데 주식 담보를 대신 제공해주는 방법이다.

정 대표가 정 회장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현대해상 주식을 사고, 이후 증여까지 받는다면 보유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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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선 지분확대 과정서
정몽윤 민법상 물상보증
증여세 절세 여지도 높여
지주체제 전환 가능성도

현대해상화재의 3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 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주고 수증인이 증여세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 잠재 수증인이 돈을 빌리는 데 주식 담보를 대신 제공해주는 방법이다. 민법상 물상보증 개념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는 지난 2월 말과 3월 말 여섯 차례 걸쳐 본인의 현대해상 주식 35만6600주, 아버지인 정몽윤 회장의 주식 239만4400주를 담보로 은행에서 230억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2.99~3.05%, 대출 기간은 1년이다. 정경선 대표는 작년 2월에도 아버지와 본인 주식 159만주를 담보로 돈을 빌린 적이 있다.

지난달 2일 에는 누나 정정이 씨와 함께 현대해상의 주식 5만주를 2만2217원에 각각 취득했다. 약 11억원어치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정경선 대표가 보유한 주식은 40만6600주(0.45%)로 늘었다. 그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91억8916만원이다. 증여를 통해 이번 주식 매수 자금을 마련했다고 소명했다. 앞선 지분매입에서도 정 대표의 매입자금 출처는 증여 등을 통해 마련한 현금이었다.

현대해상 시가총액은 약 2조원, 정 회장 보유지분은 22%로 시가 45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현대해상은 발행주식의 11.2%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지주사와 사업회사 인적분할 후, 덩치가 큰 사업회사 지분을 규모가 작은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방법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기 충분하다. 정 대표가 물상보증으로 빌린 돈으로 매입한 주식을 현물출자한다면 단숨에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증여는 주식을 물려주고 주식가액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물상보증을 활용하면 주식 소유권 변동 없이 현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 대표가 정 회장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현대해상 주식을 사고, 이후 증여까지 받는다면 보유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채무자가 물상보증을 받은 후 질권이 설정된 해당 주식을 증여 받으면 부담부증여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증여 시점에 따라 납부세액을 줄일 여지는 발생한다.

정경선 대표가 지난 2~3월 돈을 빌릴 때 적용받은 담보유지비율은 120%다. 230억원을 빌렸으니 담보로 맡긴 주식가치가 276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정경선 대표는 앞서 지난 2006년 처음 현대해상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매년 1~2만주씩 꾸준히 주식을 매집하다 최근 들어 매수량이 급증했다. 2018년 4만주, 2020년 8만3500주, 2021년 5만주 등이다.

업계에선 정경선 대표가 벤처 회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현대해상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현재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에선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또 다른 회사 HGI(HG이니셔티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회사다. 이 회사는 누나 정이씨와 함께 2014년 주식회사로 설립했고, 등기이사와 대표도 경선씨가 맡고 있다. HGI는 부동산 임대 관리업, 경영자문 컨설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고 자본금은 65억원이다.

한희라·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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