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추행 무혐의 처분에도 학교 징계는 정당"

이현주 2021. 4. 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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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을 저지른 대학원생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해도, 학교 측이 학칙에 따라 정학 9월의 징계 처분을 별도로 내린 것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사기관의 무혐의 판단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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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학원생, '정학 9월' 무효소송 제기
1심 "묵시적 동의 있었다" 원고 승소 판결
2심· 대법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배척 말아야"
게티이미지뱅크

성추행을 저지른 대학원생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해도, 학교 측이 학칙에 따라 정학 9월의 징계 처분을 별도로 내린 것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사기관의 무혐의 판단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A씨는 2018년 6월 모텔에서 술에 취한 같은 학교 대학생 B씨에게 입맞춤을 하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행위를 시도했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 같은 행위를 했다며, 서울대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씨는 이듬해 3월 '정학 9월'의 징계를 받았다.

1심은 "A씨가 B씨의 묵시적 동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했다"고 판단,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회식 자리에서 헤어진 A씨에게 직접 자신의 위치를 알렸고, 피해 상황을 뚜렷이 기억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된 사정도 참작했다. 검찰은 "B씨가 술에서 깨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학교 측의 징계가 정당하다"면서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쉽게 상대방(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모텔 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B씨 모습, 회식 자리에 동석했던 학생 증언 등을 토대로 B씨가 피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음도 인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성폭력 행위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는 형사사건과는 달리,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선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만 증명되면 충분하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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