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공동체에서 보낸 열흘간의 꿈같은 여행

한겨레 2021. 4. 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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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박성훈의 브루더호프 이야기]

지난 여름 저녁 미팅때 사회를 보던 사이몬이 이야기 합니다.

“성훈 형제님, 앞으로 나오세요.” 내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앞으로 나가자 사이몬이 종이 한장을 꺼내며 읽습니다. “성훈 형제 50세 생일을 맞아 베이보로 왕복 티켓 쿠폰을 드립니다” 모두들 와!하며 함성이 터집니다. 베이보로는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있는 브루더호프 작은 공동체인데 위치가 플로리다인 만큼 보통 나이 드신 싱글 자매들이나 부부들, 몸이 안 좋거나 특별히 많은 사랑이 필요하신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내곤 하는 곳입니다. 사실 저와 하루 차이로 50세 맞은 다른 형제도 있었는데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특별히 사랑을 보이시니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제가 마이크를 잡고 “제게 여행용 가방 3개를 주신다면 여기 계신 분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 3명을 골라 여행용 가방에 넣어 함께 가겠습니다.”하니 모두들 뒤집어 집니다. 어떤 형제는 제게 와서 “왕복 티켓이 아니라 편도 티켓를 받고 그곳에 눌러 살지 그래요?“ 농담하며 함께 기뻐해 줍니다. 미팅후 사이몬이 제게 말합니다. 플로리다는 여름엔 너무 덥고 후덥지근하니 추운 겨울에 가라고 합니다. 그 날 이후론 유빈이는 언제 가냐며 귀찮을 정도로 쉬도 없이 물어봅니다.

부활절 2주전 사이몬이 다시 내게 왔습니다. “이제 베이보로 공동체에 갈 때가 왔어요. 그 곳의 형제들에게 메이플릿지 공동체 형제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선교사가 되어주세요.” 재정 담당하는 형제는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주며 말합니다. “당신이 할일은 아침에도 낚시, 한낮에도 낚시, 밤중에도 낚시, 종일 낚시하는 겁니다.” 이 곳 메이플릿지 공장 일도 바쁜데 시간을 내어 다른 공동체를 방문해 낚시도 하고, 그 곳 형제들에게 사랑도 보이고 정말 마음에 꼭 드는 일석이조 미션이네요.

플로리다 템파 공항에 내리니 밥과 크리스티나 부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공항에 나서자 마자 길가에 종려나무가 가로수로 늘어져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습니다. 뉴욕은 아직 나무에 꽃도 피지 않았는데 이곳은 노랗고, 빨간 꽃들이 만발합니다. 공항에서 30분쯤 가니 베이보루 공동체에 도착했습니다. 공동체 집 앞에 있는 길을 건너면 한적한 바닷가가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집 앞에는 예쁜 베이보로 간판과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박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훈제한 멀렛 물고기와 연어를 판매하는 간판이 있습니다. 베이보로 공동체는 현재 25명의 형제 자매들,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생계를 위해 몇 개의 비지니스를 합니다. 형제들은 잔디를 깎고 정원을 가꾸는 landscaping, 자매들은 청소 비지니스를 하고 중간 중간 이곳에서 잡은 멀렛과 연어를 훈제해 샌드위치 속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젊은 청년 몇몇은 이곳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브루더더호프 공동체는 저희가 살고 있는 메이플릿지 공동체처럼 보통 시골에 위치하면서 200-300명이 넘는 큰 공동체가 대부분이지만 베이보로 공동체처럼 런던, 할렘, 올바니, 시드니등 도시에 위치한 작은 공동체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은 공동체들은 주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돌보고 지역 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리치 아웃하는 일을 합니다. 베이보로 공동체도 주변 이웃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지난 가을 랜턴 워크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성탄절에는 집 앞 공원에서 한 성탄 네이티비티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보고 갔습니다.

베이보로 공동체에는 4채의 집이 있는데 우리는 그중 제일 아늑한 집으로 인도 되었습니다. 거실에 들어서니 곳곳에 조개들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고, 아이들이 직접 그린 부활절 그림과 시, 형제들의 환영하는 카드가 우리를 반기는 것을 보니 형제들의 사랑이 마음 깊이 스며듭니다. 거실 문을 열면 바로 종려나무가 늘어선 확 트인 바닷가가 보입니다. 이 바닷가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매일 아침 7시반에 온 공동체가 모여 일출을 보며 예배를 드리면서 하루를 다 함께 시작합니다.

짐을 풀고 이곳 형제들과 인사를 나누자 한 형제가 말합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맘 놓고 쉬고 즐기세요. 원하면 저녁 공동식사나 예배도 안오고 가족끼리 즐기셔도 되요.” “아니 어떻게 그래요?” “그게 박가족이 이곳이 온 이유예요. 걱정 말고 편안히 즐기고 가세요.” 정말 형제들 사랑이 황송하기만 합니다. 요즈음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는 쌀쌀한 뉴욕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화씨 70-80도를 오르내리고 간간히 바람도 불고 따뜻하고 쾌적한 날씨가 딱 마음에 든다고 하자 곧 여름이 시작되면 푹푹 찌는 날씨에 습도가 아주 높아 끈적끈적해 대부분 집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실내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 차라리 눈 내리는 겨울이 좋지 찌는 무더위는 정말 못 견뎌요.”라고 내가 말하자 캘리포니아가 고향인 밥 아저씨가 말합니다. “나는 뜨거운 태양 빛의 여름이 좋지 겨울은 정말 싫어, 눈은 그림 엽서나 펭귄 한데나 주라고 해!” 다시 내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형제로 함께 살아가다니 정말 놀랍지 않아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드와이트 선생님이 껄껄껄 웃으시면서 “맞아, 맞아” 하십니다.

짐을 풀고 마당에 나오자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열심히 뛰어 노는 것이 보입니다. 이곳엔 4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메이플릿지 공동체 학교에서 선생님이셨던 드와이트, 리타 부부가 작년에 이곳으로 보내져 아이들을 홈스쿨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와서 함께 놀이하는 날입니다. 학교는 큰 공동체처럼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시작하는데 노래와 악기 연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두분 선생님께서 학교를 보여 주시고 아이들이 이곳 스타일로 만든 집도 보여주십니다. 원래는 벽이 없이 나무 기둥 하나에 원형으로 종려가지를 덮는 것인데 모기가 많아 대나무로 벽을 만들고 창을 내어 아늑한 것이 아이들이 들락날락하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드와이트 선생님은 새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데 이곳에 오니 뉴욕하고는 새 종류가 전혀 달라 하나 하나 새로 배워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시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채집한 나비도 보여주시며 나비 역시 몇개 빼고는 뉴욕과 전혀 다른 종류라 하십니다. 교실 한쪽에는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잡은 해마, 새우, 온갖 종류의 작은 물고기를 넣은 어항이 있습니다. 어항 속 물은 바다에서 퍼와서 넣는 다고 합니다. 어항 옆에는 요즈음 아이들이 열심히 뜨개질해서 만든 닭 모양의 손뜨개 인형이 있습니다. 부활절 아침 식사때 계란을 그 속에 넣어 암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장식하기 위해 공동체를 모두를 위해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조그마한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럽게 뜨개질하는 아이들이 모습을 생각하니 참 흐믓합니다.

이곳 공동체 역시 여러 종류의 종려나무가 심겨져 있는데 리타 선생님은 이곳에 오자 마자 나무, 식물, 꽃들이 다 달라 아직도 배워가고 있다며 즐거워하십니다. “저기 여우 꼬리 같이 복실 복실한 잎을 가진 건 여우 꼬리 종려나무이고, 잎이 넙적하게 큰 것은 양배추 종려나무, 하늘 향해 곧게 솟은 저건 로얄 종려나무예요. 코코넛이 주렁주렁 달린 저건 코코넛 종려나무, 은빛으로 넓게 퍼진 잎을 가진 건 비즈마크 종려나무……” 종려나무가 이렇게 종류가 많은 줄 몰랐네요. 학교 옆에는 집채만한 망고 나무가 심겨져 있어 이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6월쯤엔 공동체 전체가 먹고도 남아돌 정도로 노란 망고가 주렁주렁 열린다고 하니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공동체 한 쪽에는 작은 바나나가 달린 바나나나무가 심겨져 있고, 반대 편엔 파파야 나무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는데 이것들은 시중에 파는 파인애플을 사다가 파인애플은 먹고 잎이 있는 꼭대기는 잘라 다시 심은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늘 버리는 잎 부분으로 이렇게 새로 파인애플이 열리다니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파인애플을 지나니 공동체 밭이 보입니다. 지금은 상추, 토마토등 여러 채소를 기르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오면 너무 더워 신선한 야채는 기를 수 없고 고구마만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 여름의 밭농사는 뉴욕의 겨울 같이 쉬는 기간이라고 하네요.

공동체를 둘러보는 동안 유빈이는 계속 안달합니다. “언제 낚시 갈거예요?” 코 앞에 바다가 보이니 손이 근질근질 한가 봅니다. 바다가 계속 저를 부르니 저도 더이상 저항할 수 없어 낚시대를 챙겨 바로 집앞 바닷가로 갔습니다. 형제 한명이 살아 있는 새우를 미끼로 사다 주어서 열심히 낚시 바늘에 끼워 낚시대를 던집니다. 얼마 후에 유빈이가 물고기를 낚아 올립니다. 제법 큰 사이즈의 레이디 물고기인데 가시가 많아 먹지 않고 놓아 주었습니다.

다시 낚시대를 던지자 이번엔 말로만 듣던 복어가 낚이는데 이놈이 참 신기합니다. 처음 물에서 올라올땐 날씬한 놈이었는데 점점 배가 부풀어 오르더니 바람 넣은 풍선만해집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형제가 하는 말이 복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안에서 펌프질을 해 배가 풍선같이 부푼다고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입에 걸인 낚시 바늘을 빼 바다로 던져주니 남산 같이 부푼 배가 바람이 빠지더니 다시 날씬해져 헤엄쳐 갑니다. 이곳 형제들은 복어를 먹지 않고 모두 놓아 주는데 한국에선 복어가 아주 맛있는 고급 요리라고 하니 이곳 형제들이 놀랍니다. 복어 다루는 자격증이 있다면 맛있는 복어탕을 끓였을텐데 참 안타깝네요.

나도 분발해서 낚시대를 던지니 작은 핀 물고기가 걸립니다. 핀 물고기는 주로 스눅을 잡기 위한 미끼로 쓰이는데 스눅 물고기는 힘이 아주 세 뉴욕에서 잡곤 했던 스트라이퍼 같이 당기는 손 맛이 장난 아니고 맛도 대구같은 맛이 나 이곳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중 하나입니다. 잡은 핀 물고기를 낚시 바늘에 끼어 낚시대를 힘차게 던지고 기다리니 한 마리가 걸려 유빈이가 열심히 낚시줄을 감아 올리는데 막판에 줄이 뚝 끊기고 도망가고 말았네요.

낚시를 잠깐 쉬고 집으로 돌아오니 일을 나갔던 몇몇 청년들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에서 돌아온 형제 한명이 유빈이를 데리고 스피어 낚시를 갑니다. 스피어 낚시는 스노쿨을 입에 물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가 눈 앞에 보이면 작살을 쏘아 고기를 잡는 건데 베이보로 공동체에 살았던 몇몇 형제들이 자주 이야기해줘 유빈이는 스피어 낚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스피어 낚시를 가서 형제와 함께 6마리 sheeps head 물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사람처럼 이빨이 많고 양의 입처럼 생긴 것이 비슷해 양머리 물고기라고 불려 이름이 좀 웃기지만 생긴 건 도미같이 생겨서 검은 줄무늬가 있는게 이쁘기만 합니다. 맛도 도미와 비슷한 것이 모두들 좋아하는 고기중 하나입니다. 첫 날부터 많은 성과를 올렸네요.

공동체 앞에 있는 바다는 만으로 이백 미터 정도까지는 수심이 낮아 물이 허리 정도까지 올라옵니다. 이곳 사람들은 플랫보드를 많이 타는데 플랫보드는 보드에 올라 서서 노를 저으며 다닙니다. 서서 바다 속을 보면 카누와는 달리 물속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한번 플랫보드를 타 보았는데 처음이라 균형 잡고 서는 것이 서툴러 물에 몇 번을 첨벙해서 결국은 앉아서 노를 젓고 바다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앉아서도 왠만한 것은 다 보이네요.

맑은 물속으로 가오리 여러 마리가 이리 저리 헤엄쳐 갑니다. ‘흠.. 저건 홍어회를 만들어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지 김치를 함께 먹으면 홍어삼합인데, 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이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홍탁삼합이 되는 건데……’ 이 곳 가오리는 밟으면 독을 내뿜어 발이 부어올라 심하면 응급실로 실려간다고 하니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며 입맛만 다십니다. 여기 저기서 물고기들이 물속은 답답한지 첨벙첨벙 물 위로 계속 뛰어 올라 보는 것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1미터 50센티는 될만한 큰 상어가 앞으로 헤엄쳐 갑니다. ‘아이구 놀래라’ 살아 생전 눈 앞에서 상어도 보다니 조스가 아니라 천만 다행입니다.

물가에서 백 미터 정도 노를 저어 가면 수심이 무릎까지 오고 바닥에 하얀 모래가 깔려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다른 바다 색은 푸른 쪽빛이지만 중간에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것은 뿌연 옥색이어서 아주 아름답습니다. 하얀 모래가 바닷가에 길게 펼쳐져 옥빛으로 빛나던 제주도의 협제비치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녁 해가 질 무렵에 이곳에 오면 광어가 움직이지 않고 자고 있어 사람들이 주변에 와도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그때 꼬챙이를 꽂으면 쉽게 광어를 잡을 수 있다고 하니 오늘 저녁 한번 와서 해봐야겠습니다. 정말 이곳은 낚시 천국이네요. 이곳 형제들도 직접 잡은 생선으로 공동 식사 때 많이 먹는다고 하니 참 부럽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형제들이 이곳 공동체에서 25분 떨어진 멕시코만에 있는 공원에 가서 낚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곳엔 낚시를 위한 부두가 설치되어 있어 낚시하기가 싶고 낚시 면허증이 없이 누구나 낚시할 수 있는 곳이라 주말이면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낯선 곳이라 운전하기가 좀 겁이 났지만 생각보다 가는 길이 쉬워 가는 도중 미끼를 쓸 살아 있는 새우도 사고 어렵지 않게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부두는 T자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들어가는 길목에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 곳에선 주로 고등어를 잡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들어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 온 새우를 달고 열심히 낚시대를 던집니다. 잠시 후 톡톡톡 미끼를 먹는 감촉이 낚시대를 타고 내 손에 전해져 오자 조그마한 도미들이 계속 잡힙니다. 사이즈가 너무 작아 조금은 실망스럽게 낚시대를 던지는데 옆에서 낚시를 하던 할아버지 두 명이 커다란 양머리 물고기를 계속 끌어 올립니다. 한 분은 위스콘신 주에서 한 분은 캐나다에서 오셨는데 전직이 어부라 하십니다. 내 낚시줄이 끊겨 낚시 바늘을 잃어 버리자 자신의 것을 주시며 양머리 물고기 잡는 요령을 이것 저것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낚시 바늘도 내 것보다 훨씬 작고 미끼도 새우가 아닌 조그마한 게를 사용하십니다. 공원 근처엔 게를 파는 곳이 없어 할아버지께 게 미끼를 사용하고 잡으면 드리겠다고 하니 흔쾌히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유빈이는 미끼를 게로 바꾸자 마자 14인치가 넘는 큰 양머리 물고기를 잡아 할아버지께 드리니 아주 좋아하십니다. 멀리서 돌핀이 헤엄치는 것도 보고 양머리 물고기도 몇 마리 더 잡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도 또 낚시에 도전합니다. 이번엔 작은 보트들이 정착되어 있는 부둣가옆으로 가서 낚시를 하는데 오늘은 날이 안 좋은지 손바닥만한 핀 물고기 한마리 외에는 물고기들이 안보이네요. 한 한시간쯤 지나자 갑자기 은빛을 띤 큰 물고기들이 떼거지 몰려와 우리 앞에서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며 헤엄쳐 갑니다. 그런데 이 놈들은 우리가 가져간 게도, 새우도 물지를 않습니다. 바로 코 앞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나 잡아 가슈’ 하고 춤을 추면서 미끼는 물질 않으니 집에 남아 있던 청년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하자 잠시 후 청년 몇몇이 도착했습니다. 알고 보니 베이보로 공동체에서 훈제해서 판매하는 멀렛이라는 물고기인데 이 놈들은 물속에서 자라는 이끼를 먹기 때문에 그물을 던져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멀렛용 그물을 가져오지 않았네요. 공동체 앞 바다에서도 멀렛은 아주 쉽게 잡을 수 있어 형제들은 별로 아쉬워 하지도 않지만 저 많은 고기떼를 눈으로 보기만 해야 하다니 전 왠지 아쉽기만 합니다.

유빈이는 자나 깨나 열심히 낚시하더니 드디어 스눅도 잡고 고등어도 잡고 집에 돌아오는 날 아침엔 혼자서 12마리 레이디 물고기도 잡고 정말 지치지도 않나 봅니다. 저는 이젠 낚시보다 베란다에 앉아 푸른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며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저녁에 온 공동체가 함께 식사하고 나면 형제 자매들이 “오늘 저녁엔 뭐 할거예요?” 물으면서 바닷가에 데려가 조개 껍질도 줍고,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그림 같은 석양도 보여주고, 플로리다에 왔으니 악어를 봐야한다며 공원에 데려가 악어와 아머딜로도 보여주고,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정글 같은 숲에 산책도 시켜주고 형제들 사랑이 끝이 없습니다. 사실 메이플릿지 형제들의 사랑을 전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사랑을 받기만 했습니다. 이제 첫번째 미션인 낚시가 어느정도 끝났으니 이젠 조금이나마 우리가 사랑을 보일 차례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오늘 저녁은 우리가 한국 음식으로 쏘겠다고 하니 모두들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며 너무 신나합니다. 한 30분 떨어진 곳에 작은 한국 슈퍼마켓이 있어 재료들을 구입해 음식을 준비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모두가 좋아하는 LA갈비(사실은 제가 제일 좋아합니다), 군만두, 그리고 플로리다에 온 만큼 새우, 참치, 연어를 잔득 넣어 아보카도와 망고로 위를 장식해 만든 누드 김밥, 그리고 하빈이가 레스토랑에서 배워 전수해준 맛살과 연어, 크림치즈와 야채로 샐러드를 만든 후 위에 아보카도로 둥글게 덮어주는 아보카도 범(아보카도 폭탄) 입니다.

저녁 만찬이 시작되자 모두들 와! 하며 함성이 터지면서 맛있게 먹기 시작합니다. LA 갈비는 순식간에 다 없어지고 하나 둘씩 모든 음식들이 사라져 갑니다. 모두들 정말 맛있었다며 감사해 합니다. 이제는 배불리 먹었으니 소화를 시킬 시간, 강강술래 시간이 왔습니다. 하늘엔 보름달도 떠올라 분위기도 잡아줍니다. 사람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강강술래하기에 딱 좋습니다.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강강술래로 워밍업을 하고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를 부르며 손으로 만든 문 사이로 파트너와 함께 신나게 뛰어 갑니다. 몰자 몰자 덕석몰자로 망석을 말 듯 원으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고 나면 이젠 어부들의 춤인 청어 엮기 춤입니다. 바닷가에 왔으니 청어 엮기는 꼭 해야겠지요.

‘청청청 청어 엮자 위도 강산에 청어 엮자’를 부르며 청어 엮기를 인도하는 사람이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그 사람은 옆 사람과 잡은 손을 위로 올려 인도자가 그 안으로 돌아가게 하면서 굴비 엮 듯 손이 어깨위로 엮이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헷갈려 반대 방향으로 손이 엮일 때가 많아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마지막 사람까지 엮고 나면 반대 방향으로 청어 풀기를 해서 원래대로 원을 그리게 되는데 모두들 함박 웃음을 터트리며 재미있어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기와 밟기, 형제들이 90도로 허리를 굽히면 어린 아이들이 그 위를 신이 나서 밟고 올라갑니다.

작년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이래로 베이보로 공동체 방문도 중단되었다가 그 때 이래로 1년만에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는데 공동체에 많은 기쁨을 가져왔다며 모두들 감사해 합니다. 이로써 ‘미션 임파서블’ 이 아니라 미션 콤플리티드(미션 완료)가 되었습니다.

다음날은 종려 주일입니다. 이스라엘 아이들처럼 분장한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종려 주일 노래를 부른 후 종려가지를 흔들며 춤을 춥니다. 아이들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자기가 원하는 종려 가지를 꺾으라고 합니다. 세상에나, 처음 공동체에서 와서 종려 주일에 진짜 종려 가지를 들고 행진하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젠 종려나무에서 자신이 원하는 종려 가지를 꺽으라니 참 특별한 경험입니다. 모두들 종려 가지를 손에 쥐고 종려나무가 죽 늘어 서 있는 바닷가를 호산나를 외치며 찬양하면서 예수님 맞는 행진을 합니다. 나도 내 키보다 큰 종려가지를 꺾어 크게 흔들면서 2000년전 예루살렘에 오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도, 내 마음에도 오시길 기도하며 크게 외칩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찬양을 받으실 이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이 색다른 세상 같던 열흘간의 여정이 끝나 뉴욕 메이플릿지로 돌아오니 어느새 뉴욕에도 봄이 찾아와 다섯 마리의 어린 양과 두 마리의 아기 염소가 태어나고 수선화도, 크로커스도, 개나리도 피어나 모두들 부활하신 예수님 맞을 준비를 하네요. 우리 집 거실로 들어가니 아래 집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캐런의 부활절 그림과 함께 식탁 하나 가득 우리를 환영하는 카드가 놓여져 있습니다. “집에 온걸 환영해요,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이제 함께 부활하신 주님을 맞이해요…… “

글 박성훈/미국 브루더호프 메이폴리치 공동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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