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마윈 사태로 몸사리는 中 기업들..180곳 '상장 철회'

박수현 기자 2021. 4.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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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주와의 알력 싸움에서 촉발된 중국 금융당국의 정보기술(IT) 기업 규제가 생태계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던 앤트그룹의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 상장이 좌절된 것을 보고 겁먹은 기업들이 줄지어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 것. 앤트그룹은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자회사로, 지난해 말 상장이 불발되고 현재 전부문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AP 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커촹반 상장을 포기한 중국 기업은 무려 180곳에 달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2곳에 불과했던 것이 12월 50곳으로 불어나더니 올들어 결국 세자리수를 넘어선 것이다.

상장을 접은 기업 중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의 핀테크 자회사 JD테크놀로지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JD테크놀로지는 징둥그룹이 사업 개편안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을 내고 커촹반 상장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JD테크놀로지는 지난해 9월 IPO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때까지 승인도 거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세계적으로 IPO가 대폭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권시장 분석가인 프레이저 호위는 "과거 커촹반은 개혁을 위한 전진을 의미했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기점으로 중국 금융시장이 뒤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촹반은 미국 나스닥 시장을 중국에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19년 7월 출범했다. 실제로 커촹반은 기존의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도입하면서 상장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 스타트업들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원칙적으로는 적자 기업도 예상 시가총액이나 실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다양한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앤트그룹 사태를 계기로 커촹반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그동안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필요한 재무 서류만 제출하면 신속한 상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기준까지 충족해야 해 사실상 허가제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CSRC는 커촹반 상장 희망 기업의 경쟁력과 재무 요건에 이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운영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앤트그룹 본사. /AP 연합뉴스

앤트그룹은 지난해 커촹반과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해 340억달러(약 38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현재 모든 일정에 손을 놓고 있다. 마윈이 지난해 10월 공개 석상에서 "중국에는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 은행은 담보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혁신하려고 하면 규제가 가로막는다. 탁상공론이 판치고, 어제의 기준으로 미래를 관리한다"고 말한 후폭풍이다.

불똥은 텐센트에도 튀었다. 마윈의 작심 발언 이후 알리바바그룹과 함께 반(反)독점법 위반 대상으로 묶여 조사받고 있는 텐센트는 최근 마화텅(馬化騰) 회장의 웨탄(豫談) 소식에 주가 급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웨탄은 형식상 예약 면담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질책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데에 쓰여 악명이 높다. 마윈의 경우,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감독기관과 웨탄을 가진 뒤 앤트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강요받았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이러한 규제 강화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외국회사문책법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기업들의 퇴출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은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8) 감리를 3년 연속으로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미국에 상장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중국이 군사, 정보, 안보 등과 관련한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자본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행정조치는 지난달 27일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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