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진의 똑똑재테크] 묘목이 '마법의 돈나무' 된다고?
땅 있는 자산가의 재테크, 최소 5년 보고 정성 들여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묘목(苗木·어린나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는 하는데, 알고보니 묘목 재테크를 통한 수익만 해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흘린 땀의 양에 비례해 나무가 자라고, 수익도 커지는 만큼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LH 직원은 허술한 농지법을 파고들어 땅 투기를 해왔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갖고 있으면서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처분 의무가 발생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 직원은 농지를 유지하기 위해 에메랄드 그린과 용버들을 주로 심었다. 이런 희귀수종은 향후 보상가를 높게 받는 데도 유리하다는 점을 직원들은 간파하고 있었다.
5일 원예종묘업계에 따르면 에메랄드 그린과 용버들 같은 관상수부터 가시오가피나 엄나무 등 약용수, 사과와 배 등 과실수 등이 묘목 재테크에 주로 활용된다. 느티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산수유나무, 철쭉, 쥐똥나무, 사철나무, 전나무, 이팝나무, 왕벚나무 등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스테디셀러다. 묘목 재테크는 어린 나무를 일정 수준까지 길러 되파는 것을 말한다. 씨앗을 발아시켜 묘목으로 키워 판매하는 방법, 작은 나무를 2~3년 정도 더 키워 중간 나무로 판매하는 방법, 중간 나무를 5년 이상 더 길러 성목으로 판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묘목 재테크를 하려면 최소 5년은 봐야 한다. 그러면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기 있는 품종을 잘만 고르면 일정 기간이 지나 배 이상의 수익도 낼 수 있다. 약 4000원에 에메랄드 그린 묘종을 사서 4년 정도 키우면 품질에 따라 3만~4만5000원에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에메랄드 그린의 경우 3년 전에는 2만~3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수요가 늘면서 시세도 함께 뛰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보자일수록 지역이나 용도에 관계 없이 잘 팔리는 묘목을 키울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초보자에게는 구종보다는 신종이 좋다. 어느 정도 키운 나무를 판매할 경우 전문 거래 사이트나 블로그를 이용하거나, 쇼핑몰 개설 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 등을 통해 판로를 직접 개척할 수도 있다.
물론 아무나 묘목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넓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예를 들어 대지가 큰 카페에는 한번에 100~500주, 관공서에는 1000주 이상의 나무도 팔 수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나무를 키우려면 수백~수천평의 땅이 필요하다. 묘목 재테크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다.
묘목 재테크는 원래부터 땅이 있는 사람들이 할 만한 재테크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 사는 보통의 부부가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아니다. 주로 40대 이상이 한다"면서 묘목 재테크는 자산가들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묘목 재테크만을 위해 땅을 사는 것도 지양하는 게 좋다. 이제는 LH 사태로 농지취득자격 심사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이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묘목 재테크에 들이는 노력을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노동 강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텃밭을 가꾸는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큰코 다칠 수 있다. 가뭄·홍수·태풍, 혹한·혹서 등 각종 기상과 자연재해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로 만들기, 물·거름·비료 주기, 가지치기, 병충해 예방하기 등 때에 따라 해야 하는 각종 작업이 적지 않다. 나무를 일부 팔고 난 빈자리에는 다시 작은 묘목을 심는 등 땅을 놀게 하지 않는 성실함도 필요하다.
묘목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일부의 얘기인 만큼, 초보자라면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뒤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업계 관계자는 "'손 안 대도 큰다면서요'라며 나무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고 오는 분들이 가장 겁난다"면서 "무엇보다도 일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관심이 덜할수록 묘목은 더 많이 죽고, 수익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묘목 재테크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상용 삼육대 환경디자인원예학과 교수는 "5년 안에 몇 배를 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나무 심어서 땅값 이자도 못 건진다. 농업적으로 얻는 수익이 정말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재테크라고 볼 수도 없다"면서 "한때 다육식물과 난 재테크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모두 시들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묘목은 재테크로 접근할 게 아니라 육묘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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